가난한 날의 행복
어느 날 퇴근 길,
남자는 리어카에서 파는
삼천원짜리 귀고리 한 쌍을 샀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내밀자
아내는 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달아보며
아이처럼 즐거워했습니다.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도 덩달아
기뻐하며 큰소리를 쳤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이번 월급날에는 멋진 옷 한 벌 사 줄께!'
싸구려 선물에도 감격하며 좋아하는 아내에게
무안함을 감추려는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월급날인 오늘, 남편은 빈 손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월급봉투만을 아내에게 내밀었습니다.
남자는 월급을 받아 들고 부푼 마음으로 백화점엘 갔으나
생각보다 엄청난 가격에 입만 벌릴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마음에 드는 옷은 월급의 절반도 넘어
도저히 살 엄두를 낼 수 없었다며 몹시도 미안하고
안스러운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내는 풀이 잔뜩 죽어있는 남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시장에 가면 그런 옷 말고도
싸고 예쁜 옷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값비싼 옷은 훗날 제가 나이가 잔뜩 들어 늙고 추해 보일 때,
그 때 입으면 돼요.'
그 말을 들은 남편은 금새 생기를 되찾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향해 말했습니다.
'그럼 당신은 평생 가도 그런 옷은 못 입겠네.
세월이 아무리 흐른 뒤에라도 내 눈에 보이는 당신은
항상 젊고 예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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