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지기(鼯鼠之技)
날다람쥐의 재주, 재능은 많아도 쓸모 있는 것은 없음
[날다람쥐 오(鼠/7) 쥐 서(鼠/0) 갈 지(丿/3) 재주 기(扌/4)]
다람쥐보다 몸집이 3배 가까이 큰 날다람쥐란 놈은
나무 사이를 날 수 있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날다람쥐의 재주는 많아서 다섯 가지나 된다고 하여
鼯鼠五能(오서오능), 또는 梧鼠五技(오서오기)라고도 한다.
그 재주는 곧 잘 날지만 지붕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고,
나무를 잘 타지만 나무꼭대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또 헤엄을 잘 쳐도 계곡을 건널 수는 없고,
구멍을 팔수는 있지만 제 몸을 덮어 가리지는 못하며,
달리기를 잘 해도 사람에 앞설 수는 없는 정도의 실력이다.
곧 날다람쥐가 다른 동물에는 없는 재주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변변한 것이 없어서 제 몸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날다람쥐의 이와 같은 성격 풀이는 ‘荀子(순자)’의
勸學(권학)편에 있는 구절을 後漢(후한) 때의
고전학자 許愼(허신)이 ‘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
글자를 해설한 데서 왔다. 원본을 보자.
‘갈림길을 가는 자는 목적지에 이를 수 없고,
두 임금을 섬기는 자는 용납되지 않는다.
두 눈으로 보지 않으면 밝지 못하고,
두 귀로 듣지 않으면 밝게 들을 수 없다.
등사는 다리가 없지만 날고,
날다람쥐는 다섯 가지 기술이 있지만 궁하다
(螣蛇無足而飛 梧鼠五技而窮/ 등사무족이비 오서오기이능).’
螣은 등뱀 등, 螣蛇(등사)는 운무를 일으켜 몸을 감출 수 있는
용을 닮은 뱀이란다. 梧鼠는 후세의 주석에서 鼯鼠의 오기라고 보았다.
이처럼 날다람쥐 재주는 이것저것 잘 하지만 정작 뛰어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을 비유하거나 하찮은 재주로 남을 깔보는
사람을 빗대 말할 때 사용하기도 하는 성어다.
여러 가지 일을 얕게 닦기 보다는 한 가지를 깊이 있게
전공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한국경제가 날다람쥐를 닮아간다고 꼬집은 글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계획대로라면 전통적인 제조업과 금융, 의료 등 고급서비스업,
미래형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강국이 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것저것 찔끔찔끔 하느라 뒷걸음질이란 것이다.
모두 잘 할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지만 날다람쥐의
재주 같이 남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걸림돌만 되는
일이 많으니 잘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