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명창정궤(明窓淨几)

우현 띵호와 2022. 6. 17. 00:47

명창정궤(明窓淨几)  
- 밝은 창과 말끔한 책상, 독서와 명상에 좋은 환경 
[밝을 명(日/4) 창 창(穴/6) 깨끗할 정(氵/8) 안석 궤(几/0)] 

햇살로 환하게 밝은 창(明窓),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책상(淨几)이라면

글쓰기와 책 읽기가 저절로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예전의 검소를 미덕으로 삼던 선비들은 아담한 文房(문방)에서

사색을 하며 차를 마시고 高談(고담)을 가다듬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종이 붓 먹 벼루를 文房四寶(문방사보)로 아끼며

일필휘지하여 후세에 名文(명문)과 大作(대작)을 남길 수 있었다.
 
紙筆墨硯(지필묵연)과 함께 밝은 창가의 서궤는

다양한 우리 문화재의 생산지이기도 했다.  
 
이처럼 옛 문사들이 가까이 했던 ‘밝은 창과 정갈한 책상’을

문방이나 서재를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사용하는 표현이 됐다.
 
성어가 중국에서 처음 사용된 곳은 宋(송)나라 정치가이자 문인

歐陽脩(구양수, 脩는 포 수, 1007~1072)의 ‘試筆(시필)’이라고 나온다. 
 
‘밝은 창과 깨끗한 책상. 붓 벼루 종이와 먹 (明窓淨机 筆硯紙墨/
명창정궤 필연지묵)’이 뛰어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라 했다.
机는 책상 궤이니 几와 통한다.
 
明(명)의 許次紓(허차서, 紓는 느슨할 서, 1549~1604)라는 다인은

‘茶疏(다소)’에서 차 마시기 좋은 때로 밝은 창가의 깨끗한 책상을

대할 때(明窓淨几/ 명창정궤)를 24가지 중의 하나로 꼽았다.  
 
이보다 훨씬 다양하게 우리나라 고전에서의 용례를 잘 보인 것은

한문학자 정민 교수의 성어 모음집 ‘惜福(석복)’에서다.
 
조선 전기의 학자 徐居正(서거정, 1420~1488)의 시를 먼저 보자. 
‘明窓(명창)’이란 시의 앞 구절이다. 
‘밝은 창 정갈한 책상에 앉아 향을 사르니 
(明窓淨几坐焚香/ 명창정궤좌분향),  
한가한 중 취미가 거나함을 깨닫네 
(頗覺閑中趣味長/ 파각한중취미장).’  
 
仁祖(인조) 때의 학자 柳元之(유원지, 1598~1674)는

오랜 병치레 끝에 볕드는 창가에 앉아 독서하는 시를 남겼다.
 
‘인간 세상 으뜸가는 쾌활한 일이라면 
(多少人間快活事/ 다소인간쾌활사),  
밝은 창 깨끗한 책상에서 시경을 읽는 걸세
(明䆫靜几讀詩經/ 명창정궤독시경).’  
䆫은 창 창, 같은 글자로 窓 외에 窗, 窻 등 많이 있다.
‘우리 한시 삼백수’(정민 평역)의 칠언절구편에 실려 있는

李惟泰(이유태, 1607~1684)의 시도 좋다.  
 
肅宗(숙종) 때의 문신인 그가 집안 조카에게

학문을 권면하며 지었다는 시다. 앞부분은 이렇다.  
‘맑은 창가 책상 닦아 먼지 하나 없는데 
(明窓淨几絶埃塵/  명창정궤절애진),  
고요히 앉아 마음 맑히니 의미가 참되어라 
(默坐澄心意味眞/ 묵좌징심의미진).’
이 모두 고요히 마음을 침잠시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마음을 가꾸었던 선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바쁜 시기에 경쟁에 몰리고

생활에 급급한 사람들에겐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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