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01- (35)

방랑시인 김삿갓 01- (35) *땡중과 마나님의 승부 석왕사에서 반월 행자와 작별을 한 김삿갓은 다시 북쪽을 향해 정처없는 발길을 옮겼다. 그러면서 금강산 입석암 노승을 비롯하여 반월 행자까지 불가에 귀이하여 수도를 하는 인물은 자신과 다르게 대단한 사람들 이라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고생을 스스로 선택한 그들의 삶은 김삿갓으로서는 따라할 수 없는 고행이 아니던가 , 새삼 그들의 선택에 마음속 깊이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북쪽으로 가는 길은 계속 산길로 이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 김삿갓은 다리도 쉬어갈겸 노견으로 물러나 반려 행자가 헤어질때 싸준 주먹밥을 풀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만치 ,몸에는 장옷을 입고 머리에는 남바위를 쓴 행세 깨나 하는 양반댁 마나님 차림의여인이 하인도 없이 산길을 바..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33석왕사에 얽힌 내막. "상편"

방랑시인 김삿갓 01-33 석왕사에 얽힌 내막. "상편" 김삿갓은 마침내 본연의 생활로 돌아왔다. 집을 떠난지 이년째 , 그는 안락한 생활보다 천대를 받으며 찬밥 한술로 끼니를 때우게 되더라도 술만 한잔 더해 진다면 바람따라 흘러다니는 지금의 생활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김삿갓이 안변 관아를 떠나 북쪽으로 길을 잡아 발길을 옮긴지 하루째 , 안변 설봉산 석왕사(釋王寺) 앞에 이르렀다. 이곳은 이태조(李太祖)의 건국신화가 서려 있는 곳이었다. 김삿갓이 이곳 석왕사에 온 까닭은 금강산 입석암을 떠나때 " 혹시 안변 석왕사에 가게되면 반월 행자를 찾으시오. 그 아이는 나의 제자로 지금은 그곳에 있소이다. 사람이 선량하고 다정하니 , 삿갓선생을 정성껏 도울것 이오." 라는 노스님의 당부가 생각났기 때..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32)

방랑시인 김삿갓 (32) *예측할수 없는 사람의 운명 .. 가련과의 영원한 이별.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김삿갓은 항상 안변을 떠나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가련과의 사랑에 얽매어 좀체 , 다시 길을 떠날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김삿갓은 가련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항상 걱정이 되는 것은 혹시라도 가련의 몸에 아기라도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가련과 일생을 같이 한다면 모르겠거니와 김삿갓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처없는 방랑길에, 한순간 불같은 열정에 사로잡혀 저지르고 있는 일 인데 , 만일 아기가 생긴다면 자신 보다 가련의 불행이요, 아이의 불행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가지 생각 때문에 김삿갓의 마음이 이곳 안변에 더 머물게 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날 사또에게 자기의 뜻을 말했더..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31) *가련과 보내는 밤

방랑시인 김삿갓 (01-31) *가련과 보내는 밤 " 훈장 노릇이 그렇게도 괴로운 일 인가요 ? " "안 해본 사람은 모르지. 그러니 훈장님 훈장님 하지 말게." "그럼 뭐라 부르지요 ?" "자네 마음대로 .." "그럼 , 서방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 " "그거 좋군 ! " 두 사람은 여기서 말을 멈췄다. 가까운 곳에서 밤 개가 짖는 소리가 나는 듯 한데 , 그 소리가 무엇엔가 파묻혀 ,아득하게 들린다. 이순간, 밖에서 눈이 내리는지 방안의 공기는 잠잠하고 촛불은 흔들림 없이 고요한 빛을 내고 있었다. 김삿갓은 갑자기 가련을 안아 보고싶은 충동이 불같이 일어났다. "서방님. 서방님께서 지은신 시가 왼지, 소첩의 신세를 읊픈 것 같아 눈물이 나려 하는군요." "아니 그건 내 신세타령을 한것인데 자네 처지..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29) *김삿갓의 양반 골려먹기.

방랑시인 김삿갓 (29) *김삿갓의 양반 골려먹기. "아마 아흔 칸이 넘을 것이라고들 말하는뎁쇼." 앞선 사령이 말을 하였다. 과연 그 정도가 될것 같았다. 김삿갓은 서진사가 거드름을 필만 하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서진사 집에 당도했다. 집안은 잔치집 답게 사방에 초롱불이 밣혀져 있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 다녔다. 김삿갓은 누구를 찾을 것도 없이 성큼성큼 사랑채로 향했다. 그가 사랑방 앞에 당도하니 방안에서는 네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 자연 양반 이야기가 나오면 그 녀석이 맥을 못출 것이 아니오 ? 첩의 자식도 어깨너머 글줄이나 익혀 문장깨나 할줄 안다고 거들먹 거릴수도 있으니 글 잘 한다고 모두 양반이겠소 ? 두고 보시오. 그놈도 서자 아니면 똑똑한 상놈일거요." 김삿갓은 이들이 자기의..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28) *양반들의 김삿갓 골려먹기.

방랑시인 김삿갓 (28) *양반들의 김삿갓 골려먹기. 사또는 빙그레 웃었다. 다른때 같으면 자기들의 유식함을 어떻게라도 드러내려고 별의별 문자를 섞어 되는소리 안되는 소리를 하였을 것이나, 김삿갓의 시를 본 순간, 감히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 보이지 못했다. 사또는 이러한 그들의 심정을 가늠하는 터라 , 더이상 괴롭히지 않았다. "오늘 귀한 손님을 모신 자리라 특별히 비장한 술을 내놓았더니 모두 크게 취하는 모양이구료. 그럼 신기에 가까운 시를 감상하였으니 이제부터는 꽃이나 희롱하며 놉시다." 사또의 말이 끝나자 안변사걸은 일제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연회는 밤이 늦은 후에 끝났다. 다음날 사또는 자기 방으로 김삿갓을 불렀다. 김삿갓이 사또의 방으로 들어가니 거기에는 사또의 큰 아들이 있었다. "인사올려..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27) *가련과의 첫 만남.

방랑시인 김삿갓 (27) *가련과의 첫 만남. "이따 밤에 벌어지는 연회는 이곳 안변지방에 내노라는 양반들이 모일겝니다. 내가 글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문자를 써가며 이야기를 하려고 무진 애를 쓸 것이오. 하며, 김선생을 보면 얕잡아 보려고 할 터인즉 , 잘 알아서 골려 주시구려." 사또는 빙그레 웃으면서 귀띰을 해주고 다시 동헌으로 나갔다. 이윽고 저녁이 되었다. 시회를 겸해 열리는 잔치는 동헌 곁에 있는 빈청에서 베풀어졌다. 초청받은 양반들은 이미 들어와 앉아 있었으며 기생들은 조붓하게 앉아 있다가 사또의 행차를맞아 , 일제히 일어서 예를 갖춘후 , 사또가 상석에 앉자 일제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편, 김삿갓은 사또의 권하는 손짓을 보고 사또의 왼쪽에 앉게 되었다. "여러분들 잘 오셨소이다. 내 ..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26) *김립 훈장.(金笠 訓長)

방랑시인 김삿갓 (01-26) *김립 훈장.(金笠 訓長) 학성산 서쪽에는 표연정이 있어 , 동쪽 가학루와 쌍벽을 이룬다. "가학루 보다는 서쪽에 있는 표연정이 더욱 좋으니 그쪽에도 한번 가보시죠." 누가 그렇게 일러주기에 김삿갓은 서슴지 않고 표연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과연 표연정은 뛰어난 누각이었다. 주위에는 해송(海松)이 울창하고 숲속에서는 꾀꼬리가 영걸스레 울어대고 바다와 접한 남대천 일대는 갈매기가 부산스럽게 날아 다니고 있었다. 시흥이 도도해진 김삿갓은 누각위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 표연정자 출장제 (瓢然亭子 出長堤) 표연정은 긴 뚝에 우뚝 서있고 학거누혈 조독제 (鶴去樓穴 鳥獨啼) 학은 가고 빈 누각에 새만이 홀로 우네 십리연하 교상하 (十里煙霞 橋上下) 저녁노을은 십리에 뻗쳐 다리를 위아래..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 25)

방랑시인 김삿갓 (01- 25) *관북천리 (關北千里).. 안변 가학루에서. 다음날 , 김삿갓은 사랑방에서 느즈막히 일어났다. 밖에서는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온 것 같은데 여인이 뭐라고 분부를 내리는 것으로 보아 , 식구들이 돌아온 모양이다. 어떻게 연락을 했는지 주모도 돌아왔고 머슴도 돌아왔다. 안방 여인은 사랑에 묵고 계시는 선비가 천하의 명문장가로 청원서를 써주셨으니 아침이 끝나는 대로 관아에 가지고 가야한다고 설쳐댔다. 여자란 낮과 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더니 그말이 옳다고 김삿갓은 생각했다. 지난밤에 있었던 두 사람의 황홀한 순간을 생각한 것이다. 잠시후 아침상이 들어왔다. 역시 상다리가 휘어졌다. "저는 마당쇠를 데리고 관아에 들어가 어제 써주신 글을 직접 사또께 드리고 오겠습니다...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24)

방랑시인 김삿갓 01-(24) *月白雪白 天下地白 .. 달빛도 희고 눈빛도 희고 세상천지 모두 하얗다. 여인을 따라 들어간 사랑방은 조금전 까지 누군가 사용하던 것처럼 매우 정갈했다. 기름을 잔뜩 먹음은 장판은 거울처럼 번들 거렸다. "잠시 기다리셔요. 목욕물을 데워 놓을테니 목욕을 하시지요." 김삿갓은 어안이 벙벙했다. 외간남자가 안채로 들어온 것도 과분한데, 목욕물을 데워 준다는 것은 천만 뜻밖의 일 이었다. 허나, 이순간 모든 것의 결정권은 여인이 가지고 있었기에 그는 여인이 하자는 대로 그저 묵묵히 따를수 밖에 없었다. 혼자 따듯한 방에 앉아있으려니 졸음이 사르르 찾아왔다.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방금전 까지 자신과 마주대했던 미모의 여인에 환영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그러면서 자신..

야화 김삿갓 202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