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63) *결코 만만치 않은, 만만(滿滿)집 주모. "상편" 인왕산을 내려온 김삿갓은 세검정을 지나 무악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파주.장단을 거쳐, 오백년 망국지한이 서린 고려의 도읍지, 송도에 가보려는 것이었다. 무악재 고개위에 올라서니, 넓은 들판이 한눈에 환하게 내려다 보여, 한양을 돌아보며 생겼던 갑갑증과 함께 우울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것 같았다. 터벅터벅 산 길을 내려오던 김삿갓의 눈 앞에는 커다란 소나무 그늘아래서 농삿꾼 인 듯싶은 장정 하나가 지게와 낫을 옆에 놓고 네 활개를 쫙 펴고 태평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나무를 하러 가다가 낮잠을 자고 있는듯 하였다. 김삿갓이 가까이 다가 가자 그가 불현듯 벌떡 일어나 앉는데, 두 눈이 왕방울 처럼 부리부리하고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