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63)

방랑시인 김삿갓 (63) *결코 만만치 않은, 만만(滿滿)집 주모. "상편" 인왕산을 내려온 김삿갓은 세검정을 지나 무악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파주.장단을 거쳐, 오백년 망국지한이 서린 고려의 도읍지, 송도에 가보려는 것이었다. 무악재 고개위에 올라서니, 넓은 들판이 한눈에 환하게 내려다 보여, 한양을 돌아보며 생겼던 갑갑증과 함께 우울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것 같았다. 터벅터벅 산 길을 내려오던 김삿갓의 눈 앞에는 커다란 소나무 그늘아래서 농삿꾼 인 듯싶은 장정 하나가 지게와 낫을 옆에 놓고 네 활개를 쫙 펴고 태평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나무를 하러 가다가 낮잠을 자고 있는듯 하였다. 김삿갓이 가까이 다가 가자 그가 불현듯 벌떡 일어나 앉는데, 두 눈이 왕방울 처럼 부리부리하고 머리..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 (62) 한양 광교 다리 밑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

방랑시인 김삿갓 (62) 한양 광교 다리 밑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 잠자리를 찾아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는 동안 어느덧 거리는 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얼마후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저마다 도망이라도 치듯이 황급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하여 그렇게도 야단스럽던 한양의 거리가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김삿갓이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조금전 들렸던 종소리는 통행 금지를 알리는 인정(人定) 소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양 도성에 통행 금지가 있다는 것을 알 턱 없는 김삿갓은, (그 많던 사람들이 별안간 어디로 가버렸을까 ? )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어둠이 깔린 거리를 혼자서 유유히 걷고 있었다. 얼마를 걸어가다 보니 , 저만치서 순라군(巡羅軍)인듯 한 사람, 네 댓이 김삿갓 쪽으..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 (61) *오얏나무 이씨 조선, 한양의 풍수와 인심.

방랑시인 김삿갓 (61) *오얏나무 이씨 조선, 한양의 풍수와 인심. 참담한 가슴을 안고 남한 산성을 내려온 김삿갓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양으로 향했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봄도 무르익어 이 집 저 집 담장마다 복사꽃과 오얏나무 꽃이 만발해 있었다. 오얏나무는 이씨 조선과 인연이 깊다. 김삿갓은 , 李씨를 뜻하는 성씨가 "오얏나무 이" 라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 말엽 공민왕때, 그 당시 한양 땅에는 난데없이 오얏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며 꽃을 피웠다. 누가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이같이 오얏나무가 무성하더니, 해를 갈수록 그 숫자가 차고 넘쳤다. "이상하다" .. 모두가 이렇게 여기고 있을때, 어떤 술사(術師)가 이를 보고 장차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한양 땅에서 크게 일..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방랑시인 김삿갓 (60) 시인 김삿갓 (60)

방랑시인 김삿갓 (60) *병자호란 ,남한산성에서 당한,치욕의 그 날을 생각하며. 그로부터 두어 달, 김삿갓이 이천 땅을 떠돌아 다니다가 광주 땅으로 들어섰을 때는,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사람이 사는 세상사는 무던히 변덕스럽지만, 계절의 변화는 매년 올곳이 돌아온다. 어제 까지만 하여도 추위를 느꼈건만, 입춘이 지나고 보니 조금만 멀리 걸어도 등골에 땀이 날지경이었다. 봄볓에 한결 넉넉해진 김삿갓은 문득 시 한수를 읊조려 본다. 해마다 해는 가고 가고 끝없이 가고 날은 날이 날마다 끝없이 오고 있네 해는 가고 날은 와 오감은 끝이 없는데 우주의 모든 일이 그 속에서 이루어지네. 年年年去 無窮去 연연연거 무궁거 日日日來 不晝來 일일일내 불주래 年去日來 來叉去 연거일내 내차거 天時人事 此中催 천시..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 (59) *단명하신 세종 대왕과 장수하는 노인.

방랑시인 김삿갓 (59) *단명하신 세종 대왕과 장수하는 노인. 신륵사에서 서쪽으로 십 여리 떨어진 북성산(北城山) 양지바른 곳에는 세종 대왕(世宗大王)의 영릉(英陵)이 있다. 세종 대왕의 능은 처음에 광주(廣州) 대모산(大母山)에 있었는데, 대왕이 승하하신 후 19년이 지난후인 예종(睿宗) 원년, 1469년에 이곳으로 이장(移葬) 해 온 것이다. 세종 대왕은 모든 문물에 조예가 깊으셨지만, 불교에 대해서도 남다른 믿음을 가지고 계셨다. 그런것을 알고있는 후예들은 불심이 깊으셨던 대왕의 영령을 받들어 모심과 함께, 대왕의 극락 왕생을 기리기 위해 영릉 부근에 수호사를 (守護寺)를 새로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땅히 절을 지을 만한 곳을 찾지 못하자, 영릉에서 동쪽으로 십여리 떨어진 신륵사를 세종 대왕의..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 (57회) 첫날밤 소박맞은 세 자매(하)

방랑시인 김삿갓 (57회) 첫날밤 소박맞은 세 자매(하) 인생은 모름지기 여자로 태어나지 말지어라. "첫날밤에는 신부가 반드시 옷을 벗어야만 한다고 하는데 옷을 제가 직접 벗는 것이 좋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신랑님이 벗겨 주시겠습니까?" 큰언니는 옷을 벗지 않으려고 고집을 피워 소박을 맞았고, 둘째 언니는 자기 손으로 옷을 벗은 탓에 소박을 맞은 고로, 신부 동순은 신랑의 의사를 존중해 줌으로써 소박을 면할 생각 이었다. 그러나 신랑은 신부로 부터 그런 질문을 받자 눈 알이 튀어 나롤 정도로 놀라는 것이었다. "뭐? 이게 무슨 소리야! 신부가 제 손으로 직접 옷을 벗겠다고?" "신랑께서 옷을 벗겨 주시거나, 저더러 벗으라고 하시던가 신랑님 좋으실 대로 하세요." 신부는 어떡하던지 소박을 맞지 않기 위해..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56), 첫날밤 소박맞은 세 자매 "중편"

방랑시인 김삿갓(56), 첫날밤 소박맞은 세 자매 "중편" "그러면 어쩌다가 세 자매분이 각각, 첫날밤에 소박을 맞으셨는지 말씀해 주시죠." 김삿갓은 주인 노파 자매들이 첫날밤에 어떤 이유로 소박을 맞게 된 것인지 궁금하였다. 노파는 옛일을 회상하는 듯이 잠시 망설이더니 ... 탄식하듯 한숨을 내쉬며, 다음과 같이 말을 하였다. 지금으로 부터 70 여년 전, 주인 노파의 아버지는 강원도 원주에서 한양으로 상경하여 젊은시절 학문을 이룬 후, 한양 남산골에 터를 잡고 지내는 대쪽 같은 청년 선비였다. 그는 십 칠세에 과거를 보아 초시에 대번에 급제를 하게 될 정도로 수재형의 샌님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초시 시험에 급제한 그해 가을, 불현듯 고향에서 비보가 당도 하였으니 , 그의 아버님께서 고향인 원주에..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 (58) *각 도(道) 의 이름이 지금처럼 불리는 이유.

방랑시인 김삿갓 (58) *각 도(道) 의 이름이 지금처럼 불리는 이유. 김삿갓은 원주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났다. 때는 가을도 깊어져 초겨울 이었지만 산속 오솔길을 비추는 햇볕은 봄날 처럼 따듯했다. 호젓한 산길을 얼마간 걷다가 어떤 촌로 한 사람과 동행하게 되었는데, 원주에 사는 친구의 환갑 잔치에 간다는 것이다. 노인은 길을 가면서 김삿갓에게 물었다. "노형은 어디로 가시는 길이오 ? " "저는 한양으로 가는 길입니다." "허, 한양을 가신다니 부럽소이다. 나는 육십 평생에 원주 나들이 조차 처음이라오. 원주가 경기도 땅이지요? " 하고 묻는다. 김삿갓은 촌로의 무심함에 적잖이 놀라면서, "아닙니다. 원주는 강원도 땅입니다. 본디 강원도라는 이름은 원주라는 고을 이름에서 따온 것 입니다." 촌로는 김..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 (55) *첫날밤 소박맞은 세 자매 "상편"

방랑시인 김삿갓 (55) *첫날밤 소박맞은 세 자매 "상편" 김삿갓은 사나이가 가르킨 고개를 넘어 앞을 살펴보니, 과연 집이 한 채 있었다. 산골에서는 보기드문 반기와집 이었는데, 기왓골에는 드문드문 잡초가 돋아났고 활짝 열려 있는 대문은 판자가 썩을 대로 썩어, 제각각 바람에 너덜 거렸다. (초시 댁 이라더니 .. 초시 양반이 죽고나서 집 안팎을 수리할 사람이 없는게로구나...) 김삿갓은 그 집이 초시 댁이 틀림없어 보였기에 대문 앞에서 주인을 불렀다. 그러자 칠십 노파가 방문을 열고 내다보며 누구냐고 묻는다. "저는 지나가는 나그네 올시다. 날이 저물어 하룻밤 신세를 졌으면 싶은데, 재워 주실 수 있겠는지요 ? " 노파는 대청 마루로 나오더니 딱한 얼굴을 하며 말한다. "우리 집은 나혼자 사는 집이라..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 (54) 마누라를 잃은 사내를 위로하며 ..(人生無想)

방랑시인 김삿갓 (54) *아들에 이어 마누라를 잃은 사내를 위로하며 ..(人生無想) 오진사 집을 떠나 온 김삿갓은 원주(原州)를 향해 걸어갔다. 때는 가을이 짙어져 산길 사이에 산들 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졌고, 하늘가에는 어느새 기러기가 "끼룩"대며 떼지어 날아 다니고 있었다. 김삿갓은 아침부터 스산한 기분이 들던 차에, 갑자기 당나라 시인 유우석의 시가 머리에 떠 올랐다. 가을 바람은 어디서 부터 불어 오는가 솔솔 불어 기러기 떼를 보내네 아침부터 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 외로운 나그네가 먼저 듣노니. 何處秋豊至 (하처추풍지) 蕭蕭送雁群 (소소송안군) 朝來入庭樹 (조래입정수) 孤客崔先聞 (고객최선문)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사십쯤 되어 보이는 사나이가 새로 만든 듯한 무덤 앞에 엎드려 통곡하는 것이 보..

야화 김삿갓 2021.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