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53) *내불왕(來不往)의 감춰진 속 뜻.

방랑시인 김삿갓 (53) *내불왕(來不往)의 감춰진 속 뜻. 제천과 원주 사이의 산길을 진종일 걸은 김삿갓, 힘도 들고 허기도 지는데, 석양 노을 조차,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정처없는 나그네의 심사가 가장 고된시간은 지금처럼 저녁노을이 짙게 깔리는 시간이다. 유람을 떠난 바가 아니라면 수중에 돈 이 넉넉히 있을리 없고, 그러다 보니 먹고 잘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삿갓이 이런 마음 급한 해걸음에 어떤 마을에 당도하니, 마을 한복판 고래등 같은 기와집 마당에는 큰 잔치를 벌이는지, 많 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며 한편에서는 떡을 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을 부치는등,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삿갓은 전을 부치는 고소한 기름 냄새에 더욱 허기가 느껴져, 아무나 붙잡고 물어 보았다..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 (52) *오대천지 주인거사 (五大天地 主人居士)

방랑시인 김삿갓 (52) *오대천지 주인거사 (五大天地 主人居士) "나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입니다. 전별금 스무냥을 내는 대신에 영전을 축하하는 현판(懸板)을 한폭 써다 주면 돈 보다도 더 좋아할 것이니, 그점은 안심 하십시오." 주인은 김삿갓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노형이 글씨를 아무리 잘 쓰기로, 돈밖에 모르는 사또가 현판 따위나 받고 만족 할것 같지 않소이다. 그건 어림도 없는 말씀이오." 그러나 김삿갓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탐관오리들은 돈도 좋아하지만 , 명예 또한 돈 만큼이나 좋아합니다. 자기를 치켜 올려 주는데 누가 싫다 할것 입니까 ? 이 문제는 내게 맡기시고 주인장 께서는 현판이 될 만한 적당한 널판지 한 장을 내일 아침 일찍 구해 주십시오." 다음날 아침, 김삿갓이 조..

야화 김삿갓 2021.09.27

방랑시인 김삿갓 (51) *다시 방랑길에 오른 김삿갓 ..

방랑시인 김삿갓 (51) *다시 방랑길에 오른 김삿갓 .. 2부 시작 .. 남자에게 무서운 세 가지는 ? 집을 나선 김삿갓은 길을 피하여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마누라의 눈에 띌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집에서 제법 멀찍히 떨어지자 비로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자고로 남자에게 무서운 것이 세가지 있으니, 그 첫번째는 외진 산길에서 호랑이와 마주치는 것이요, 두번째는 빚장이와 맞따뜨렸을 때가 아니겠는가 ? 또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나는 생각도 없는데 늦은 밤 마누라가 밑물을 하고 평소와 다르게 정겹게 웃으며, 가까이 올 때가 아니겠나 ? ) 마누라로 부터 멀리 벗어 났다는 해방감에 , 김삿갓은 빙그레 웃기까지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쯤이면 아내가 자신이 집을 떠나오며 남겨..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50) *고향에서 ... 1부, 마지막 편

방랑시인 김삿갓 (50) *고향에서 ... 1부, 마지막 편 이튼날 이른 아침 삿갓, 아니 ..병연은 아우 병호의 안내로 뒷산에 올라 형의 무덤에 성묘를 하고 모처럼 고향의 마을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병호야, 네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 형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니 ? " 아우 병호도 장가를 가고 분가를 한 뒤지만 집에와 들으니 농삿일은 그 아우가 모두 보살펴 주었다는 것이다. "제 생각으로는 형님이 집에 계신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형님은 형님대로 생각이 있으시니 제가 어찌 형님 뜻을 좌우하겠습니까 ? " "글쎄 말이다. 뜻이라는 것이 별것도 아니지만 , 그렇게 방랑 생활을 하니까 세상의 번뇌는 잊을 수 있더구나." "형님 , 그래도 아주머니나 어머니가 불쌍해 지니 집에 계..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49) *고향 앞으로

방랑시인 김삿갓 (01-49) *고향 앞으로 이튼날 부터 김삿갓은 모든 것을 다 잊고 고향에나 갈 결심을 굳게 하였다. 옛날 걸어온 그 길을 부지런히 걸어 보름만에 강원도 땅을 밟았다. 가을도 깊어 이제는 조석으로 찬서리가 내려 겨울을 재촉하는 무렵이었다. 늦은 가을 고향 산천은 이미 낙엽이 지고 오곡을 거두어들인 전답은 황량하기만 했다. 삿갓은 며칠을 더 걸어 영월땅 고향 마을에 당도했다. 벌써 해는 지고 황혼이 깔린 뒤라 아무도 자기를 알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삿갓은 금의환향도 아닌데 차라리 해가 져서 어두운 것에 마음이 편했다. 삿갓은 초라한 초가집 사립문을 가만히 밀고 들어섰다. 집은 사년 전 떠날 때 보다 더 낡고 쓸쓸해 보였다. "어머니 ! " .. 마음은 크게 불러야 하겠다고 시켰지만 정작..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48) *다시 찾은,아는 이 없는 쓸쓸한 안변거리.

방랑시인 김삿갓 (48) *다시 찾은,아는 이 없는 쓸쓸한 안변거리. 김삿갓은 행복했다. 곱단이와의 신혼생활은 지난해 가련이와 보낸 시간보다 더 자유롭고 즐거웠다. 노처녀를 여위지 못할 줄 알았던 곱단 어머니는 가히 사위가 자랑스러웠고, 천하의 시객을 남편으로 맞은 곱단이는 김삿갓을 온갖 정성으로 섬기고 사랑했다. 그런 시간은 일년이 넘었고 뜰앞에 오동나무는 다시 가을 소리를 내고 있었다. 未覺池塘 春草夢 / 階前梧葉 巳秋聲 미각지당 춘초몽 계전오엽 사추성 연못가에 피어난 봄풀은 꿈도 깨지 못했는데 뜰앞에 오동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내는구나. 사람이 사는 인생의 부귀영화가 다 무어란 말인가. 오늘,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오동잎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지 아니한가 ? "내가 또다시 이렇게 안일한 생활만 해서..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47)

방랑시인 김삿갓 (47) *(뒷동산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고 , 시냇가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잘 자란다. 다음날 , 최백호는 자기 부인을 시켜 곱단이네 집으로 미리 통지를 보내고 삿갓에게는 새옷을 한벌 갈아 입힌후, 그를 데리고 재넘어 곱단이 집을 찾아갔다. 곱단의 집은 재넘어 남향에 자리잡은 조그만 기와집으로 마당 앞에는 한참 장미가 꽃피우고 있었고 손님이 온다는 + 기별이 있어서 그런지 집안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였다. "이리오너라 ! " 안마당을 지나 대청앞에 가서 최백호가 크게 부르니 부엌에서 한참 음식준비를 하던 곱단 어미가 앞치마 바람으로 뛰어나와, "어머나 ! 백호어른 이렇게 와주셔서 ... " 하며 부산하게 두 사람을 사랑으로 안내했다. 사랑에 나란히 앉은 두 선비는 무..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46) *과년한 시인 곱단이.

방랑시인 김삿갓 (46) *과년한 시인 곱단이. "원 별말씀을 , 죄송합니다. 함부로 최선생의 시를 왈가왈부 해서 ..." 김삿갓은 자기의 시를 고쳤음에도 싫은 내색을 하지않고 오히려 고마워 하는 이 선비가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 "헌데 김선생, 내가 듣던것 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데 성혼은 하셨는지요 ? " "예, 성혼은 했습니다만 , 선생께선 저보다 연세가 높으신 것 같으니 말씀을 낮추시지요." "허..천만에요. 내가 아직은 사십이 못되었는데 , 선생같은 시객에게 그럴수야 없지요." 하며 그 역시 겸양의 말을했다. 이렇듯 두 사람이 잠시 세상일을 잊고 , 아름다운 단천변에 앉아 시와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고 있었다. "김선생 , 다 있는데 술이 없구려." "허허 , 최선생 술은 없지만..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45)* 단천에서 만난 선비 최백호.

방랑시인 김삿갓 (45)* 단천에서 만난 선비 최백호. 김삿갓은 길주(吉州)를 향해 걸었다. 여러날이 걸려 이름만 그럴듯이 좋은 길주땅에 당도하게 되었다. 길주는 옛날부터 과객을 절대로 재우지 않기로 유명한 곳이다. 계절은 북상 할수록 마냥 아름다웠지만, 인심은 북상할 수록 북풍한설 몰아치 듯이 쌀살해져 가기만 하였고 , 어느 집을 찾아가도 문을 닫고 본 척도 하지 않는데는 기가 막혔다. 마침 그는 허씨들이 모여 살고있는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기어코 날이 저물어 하룻밤 유숙을 원했지만 영 헛수고였다. 아무리 과객을 꺼리는 인심이라 해도, 열 집에 한 집 쯤 재워줄 만도 한데 , 이렇게 고약한 동네는 처음보는 일 이었다. ​"과연 과객의 지옥이로구나​." 김삿갓은 하도 인심이 야박해서 화풀이 시를 한수 읊..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44) *色酒家 주모의 팔자고치기.

방랑시인 김삿갓 (44) *色酒家 주모의 팔자고치기. 그나저나 , 어쩌다 주모는 돈밖에 모르는 여자가 되었나 ? " 주모의 내기 항복을 받아낸 김삿갓 , 화제를 바꿔 주모에게 물었다. 그러자 주모는 갑자기 우울한 얼굴이 되며 신세한탄을 한다. "나도 처녀 시절에는 남들처럼 꿈도 많고, 사랑도 얼마든지 잘 알수있는 여자였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 사내놈들에게 하도 많이 속아서 악녀가 되고 말았어요." "사내놈들에게 얼마나 속았기에 악녀가 되었다는 말인가." "내가 사내놈들에게 속은 이야기는 말도 마세요. 한두번 속았다면 말도 안하겠어요. 자그마치 사내놈들에게 여섯 번이나 속았으니 악녀가 될 수 밖에 없지 뭐예요." "사내들한테 속은 사정이 매우 애석한데, 이왕이면 그 애기를 들려줄 수 없을까 ?" 주모는..

야화 김삿갓 202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