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53) *내불왕(來不往)의 감춰진 속 뜻. 제천과 원주 사이의 산길을 진종일 걸은 김삿갓, 힘도 들고 허기도 지는데, 석양 노을 조차,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정처없는 나그네의 심사가 가장 고된시간은 지금처럼 저녁노을이 짙게 깔리는 시간이다. 유람을 떠난 바가 아니라면 수중에 돈 이 넉넉히 있을리 없고, 그러다 보니 먹고 잘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삿갓이 이런 마음 급한 해걸음에 어떤 마을에 당도하니, 마을 한복판 고래등 같은 기와집 마당에는 큰 잔치를 벌이는지, 많 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며 한편에서는 떡을 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을 부치는등,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삿갓은 전을 부치는 고소한 기름 냄새에 더욱 허기가 느껴져, 아무나 붙잡고 물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