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십시일반 (十匙一飯)

우현 띵호와 2021. 7. 19. 22:35

십시일반 (十匙一飯)

열 술의 밥 모으면 한 그릇 밥

<열,十 숟가락,匙 한,一 밥,飯>

밥이나 국물 등을 뜨는데 필요한 숟가락이

요즈음 계급을 따지며 씁쓸한 화제를 낳고 있다.

은이나 놋쇠로 만들어진 전통적인 숟가락 외에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이 등장한다.

젊은이들 사이에 부모 재산에 따라

자신의 등급을 세분하여 나누고 있는 것이다.

출신 환경을 빗대는 표현은 서양에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mouth)는

한 가지로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선 다양한

계층이 상층으로 이동을 못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삭막한 분류 말고

여러 사람이 어려운 한 사람에게 도와준다는

훈훈한 말이 바로 열 사람의 한 술 밥(十匙/십시)이

한 사람분의 끼니가 된다(一飯/일반)는 이 성어다.

남의 집 일을 다 알 수 없고 또 알 필요도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뉘 집 숟가락이 몇 갠지 아냐'라거나

가난하게 살던 사람이 좀 형편이 나아지면 도리어

어려운 사람을 생각할 줄 모른다고 '거지가 밥술이나

뜨게 되면 거지 밥 한 술 안 준다'는 등 부정적인

말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 자주 쓰이는

'열의 한 술 밥이 한 그릇 푼푼하다' 만큼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 것을 보니 예부터 형편이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많이 도왔던 것을 알 수 있다.

 

속담에서 나왔을 법한 이 성어는

그러나 번역된 旬五志(순오지) 등에 나오지 않고

쓰임새도 적은 편이다.

한 예로 왕의 출납을 매일매일 기록한

'承政院日記(승정원일기)'의 高宗(고종) 8년 기록을 보자.

 

심도(심도, 강화/강화.의 별칭)의 군비를 강화하는 의논에서

'1결에서 1말을 더 징수하는 것은 실로

십시일반하는 격이니 다른 의견이 없을 듯하다

(一結之一斗加斂 實是十匙一飯也 似無岐貳/

일결지일두가렴 실시십시일반야 사무기이)'고 했다.

그러면서 소작민이 아닌 반드시 논의 주인에게

징수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인다.

반면 茶山(다산)은 '經世遺表(경세유표)' 등에서

고을 원이 백성들에게 쌀을 더 거두면서

'십시일반이므로 백성들을 병들게 할 정도는 아니다

(十匙一飯 不足病民/십시일반 부족병민)'란

핑계를 댄다고 꼬집는다.

 

'고사성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약목계(呆若木鷄)  (0) 2021.07.19
언귀우호(言歸于好)  (0) 2021.07.19
필야사무송 (必也使無訟, 必也使无讼)  (0) 2021.07.19
선종외시(先從隗始  (0) 2021.07.19
천의무봉(天衣無縫)  (0) 202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