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46) *미궁속에

방랑시인 김삿갓 (146) *미궁속에 김삿갓은 객줏집으로 돌아오며 여인에게 이런 농담을 하였다. "오늘 저녁에도 자네 집에 끌고가설랑, 숙박료부터 내놓으라고 극성을 부릴 텐가 ? " 여인은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그런 걱정은 마시라요. 이제는 돈 가지고 따질 우리 사이가 아니잖아요 ! 숙박료는 한푼도 달라고 하지 않을테니, 그대신 상금이나 탈 수 있도록 하시라요 ! " 여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상금 생각만 꽉 차 있는 성싶었다. 이날 저녁 김삿갓은 저녁을 먹고 난 뒤에 이라는 글자를 백지에 커다랗게 써서 바람벽에 붙여 놓았다. 자꾸만 읽어 보노라면 무슨 해답이 떠오를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 보아도 신통한 생각은 떠오르지가 않았다. "여보게 ! 죽은 사람이 뭐 하던 사람이라고 했지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45) *방구월팔삼(方口月八三)

방랑시인 김삿갓 (145) *방구월팔삼(方口月八三) 여인은 읍내로 들어 오면서도 상금 생각이 간절한지,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글을 잘 아신다니까, 방문을 한번 읽어 보기만 하면 상금은 틀림없이 탈 수 있갔디요?" "방문 내용을 읽어 보기 전에는 반드시 상금을 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않은가 ?" "그래선 안되요! 어떤 일이 있어도 상금만은 꼭 우리가 타야 해요." "자네는 돈에 환장한 사람 같네그려 ! 돈이 뭣에 필요해 그렇게도 안달인가 ?" "그 돈을 타가지고 밭을 한 뙈기 사고 싶어서 그래요. 노후에 자식새끼들 데리고 편하게 먹고 살려면, 객줏집보다는 농사를 짓는 것이 훨씬 낫거든요." 비록 서방질을 할망정, 갸륵한 소리를 한다. "자네가 이토록 갸륵한 심정을 가지고 있으니, 현상금은 꼭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44) *"날계란 또 가져 올까요 ?"

방랑시인 김삿갓 (144) *"날계란 또 가져 올까요 ?" 주인 아낙네는 김삿갓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안 하고, "당신은 글을 잘 알고 계시갔디요 ?" 하고 엉뚱한 말을 물었다. "글이라면 알고 있지. 그 사건을 해결하려면 글을 꼭 알아야만 하는가 ?" 여인은 그 대답을 듣자 크게 기뻐하면서, "그럼 됐시요. 방문(榜文)을 읽어 보아, 사건의 내용을 자세하게 알아 보려면 무엇보다도 글을 알아야 할 게 아니갔시오 ?"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기가막혔다. "아니 그럼 자네는 사건의 내용도 모르면서, 현상금을 타먹자고 하는 것인가 ?" "사건의 내용은 몰라도 현상금은 탐이 나거든요. 글은 당신이 잘 아신다니까 문제는 당신이 풀고, 상금은 둘이 나눠 먹으면 되지 않갔시오 ?" "그게 무슨 소리야 ? 문제를 내..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43) *파도를 사랑한 갯바위.

방랑시인 김삿갓 (143) *파도를 사랑한 갯바위. 일이 이 쯤에 이르자, 김삿갓도 더 이상 욕정을 억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뭐야 ? 그러면 나더러 기어코 옷을 벗기란 말인가 ?" 김삿갓은 우악스럽게 여인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의 손길이 여인의 가슴을 사정없이 파고들자, 여인은 성이 가신듯 자기 손으로 옷을 활활 벗어 부쳤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알몸이 된 주인 아낙네의 풍만한 육체를 자신도 모르게 인정사정 없이 깔아뭉개기 시작하였다. 풍만한 젖통은 한 손에도 넘쳐나 주무를 때 마다 묘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이, 사정없이 발기된 그의 물건은 여인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여인의 정력은 놀랍도록 왕성하였다. 김삿갓도 오랫동안 금욕 생활을 해왔던터라, 기를..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42) *혼자는 무서워서 잠도 못자는 여인.

방랑시인 김삿갓 (142) *혼자는 무서워서 잠도 못자는 여인. 주인 아낙네는 씽긋 웃으며 대답한다. "남편이 없기는 왜 없갔시오. 아이도 머슴아가 둘 씩이나 있디요."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내심 크게 실망하였다. 유부녀라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겠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거짓말이 아닌가 싶어, "남편과 아이들까지 있는데, 모두 어디를 가고, 혼자뿐이오 ?" 하고 다시 한 번 물어 보았다. "시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기별을 받고, 오늘 아침에 큰댁으로 떠났고, 오고 가는데만 사흘이 걸리니 한참이 지나야 돌아 오갔디요." 김삿갓은 주인 아낙네가 혼자 있는 이유를 그제야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가 어엿한 유뷰녀임을 안 이상, 그녀를 건드려 볼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리하여 저녁을 먹기..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41)

방랑시인 김삿갓 (141) *아침부터 온종일 산공기만 마셨나니, 나를 신선으로 아는가 물어 보고 싶노라. 김삿갓이 객실로 들어와 보니, 주인 아낙은 돈을 받아내는데만 극성스러웠지, 객실 꼴은 말이 아니었다. 방바닥은 멍석을 깔아 놓았는데 그나마 낡아서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고, 들창이라고 손바닥 만큼 빼꼼한 크기 인데다가 그마저 창호지가 수없이 찢어져 찬바람이 사정없이 몰려들었다. 게다가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동을 치건만, 저녁밥은 언제나 주려는지 소식이 감감하였다. "여보시오 배가 몹시 고픈데, 저녁밥은 언제 주시려오 ?" 부엌에 대고 저녁을 재촉하니, 주인 아낙의 대답이 걸작이다. "젖 뗄 때부터 먹기 시작한 밥을 한번 쯤 못 먹었다고, 무얼 그리도 재촉하십네까 ?"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40) *돈이 갖는 마성(魔性)

방랑시인 김삿갓 (140) *돈이 갖는 마성(魔性) 김삿갓은 죽향이 타고 있는 배가 시시각각 멀어져 가는 모양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부랴부랴 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별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는 산속에 파뭍혀 버리는 것이 제일이기 때문이었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오니, 산골짜기에는 철쭉꽃이 붉게 피어 있었고, 숲속에서는 온갖 새들이 청량한 소리로 지저귀고 있었다. 훈훈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이별의 슬픔을 달래며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어 오는 것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조차, 영원이 함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은 만고의 이치가 아니던가. 김삿갓의 끝없는 방랑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39) *이별과 눈물의 대동강.

방랑시인 김삿갓 (139) *이별과 눈물의 대동강. 김삿갓은 죽향을 무리하게 가까이 할 생각은 없었다. 시와 마음이 통하면 그만이지, 나이 어린 풋내기들처럼 구태여 살을 섞어야 할 필요는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김삿갓은 비록, 죽향과 살을 섞지는 않았지만, 바라만 보아도 서로간에 마음이 통하고 보니, 그날부터 두 사람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기에 김삿갓은 죽향에게 농담삼아, "우리들은 마치 홀아비와 과부가 한집에 모여 살고 있는 것만 같네그려." 하고 말했더니, 죽향은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받아넘기는 것이었다. "옛날 시에, 화소성미청(花笑聲未聽 : 꽃은 웃어도 웃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이요 조제누난간(鳥啼淚難看 :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볼 수 없다)이라는 말이 있지 아니하..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37) *부처님과 보살의 차이.

방랑시인 김삿갓 (137) *부처님과 보살의 차이. 김삿갓은 벽암 대사와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더니 벽암 대사가 짐짓 손짓을 하니, 상좌가 술을 한상 차려다 놓는다. "삿갓 선생이 술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술이 아닌 곡차(穀茶)를 좋아합니다. 절에 오셨으니, 우리 곡차를 한잔 나누십시다." 벽암 대사는 멀쩡한 을 익살맞게 라고 불렀다. 김삿갓도 술을 좋아하지만 벽암 대사의 주량은 끝이 없었다. 그는 마셔도 마셔도 취할 줄을 모르므로, 김삿갓은 너무도 놀라워, "주장관사해(酒腸寬似海 : 술 마시는 배가 바다와 같다)라는 옛 말이 있더니, 스님의 술배는 정말, 바다와 같이 크십니다그려 !" 하고 말하니 벽암대사가 화답을 하는데,​ "내 배가 라면, 시를 잘 지으시는 선생은 시담대어천(..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36) *사람이 영원히 사는 방법.

방랑시인 김삿갓 (136) *사람이 영원히 사는 방법. (色不異空 , 空不異色 : 색불이공, 공불이색) 다음날 아침, 김삿갓은 아침을 먹고 나자 영명사로 벽암 대사를 찾아 나섰다. 영명사는 부벽루 서쪽 기린굴(麒麟窟) 위에 서 있는 절이다. 경내에 들어와 보니, 절은 빈집처럼 조용했다. 영명사는 언제나 조용한 절인지, 누각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걸려 있었다. 永明寺中僧不見 (영명사중승불견) 영명사 절에 중은 보이지 않고 永明寺前江自流 (영명사전강자류) 영명사 절 앞에는 강물만이 흐른다 山空孤塔立庭際 (산공고탑입정제) 산은 비고 뜰에는 탑만 홀로 서 있어 人斷小舟橫渡頭 (인단소주횡도두) 사람 없는 나루터엔 배만 둥둥 떠도네. 이 시를 읽다 보니, 김삿갓은 무아정적(無我靜寂)에 들어 온 느낌이 들었다. "나..

야화 김삿갓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