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03)

방랑시인 김삿갓 (103) *천하 제일의 서당,약국,훈장 (공맹재,백중국,필봉선생) 김삿갓이 정신없이 산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서산에 기울고 있었다. (어허 ! 어느새 또 하루 해가 저물어 오는구나 ! ) 점심을 하나도 먹지 못했기에, 뱃속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연이어 나고 있었다. 그러나 사방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눈에 보이는 것은 첩첩 태산 뿐으로 어느 곳에서도 인가는 보이지 않았다. 김삿갓은 허기증을 견디기가 어려워 길가에 있는 솔잎을 한움큼 따서 입에 넣고 씹으며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솔잎을 씹으며 얼마를 걸어 가다가 늙은 나무꾼을 만났다. "말씀 좀 물어 봅시다. 혹시 이 부근에 서당이나 절간 같은 곳이 없을까요 ? " 나무꾼이 대답한다. "절간은 없어도 서당은 있지요. ..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102)

방랑시인 김삿갓 (102) *장인 정신으로 만든 수양매월 (首陽梅月) "하편" "이것은 우수갯 소리이기는 합니다만, 지금으로 부터 14,5년 전에 한양 어느 대가 댁에서는 "수양매월"이라는 먹 때문에 노부부간에 대단한 부부 싸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혹시 선생께서도 먹을 사가셨다가 내외간에 그런 불상사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서 한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호기심이 솟았다. "먹 때문에 부부 싸움이 일어나다뇨 ?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째서 먹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게 되었는지 좀더 자세하게 말씀 해 주시죠." "선생도 부부 싸움을 피하시려면 그 애기를 한 번쯤 들어 두시는 것이 좋으실 것입니다. 그러면서 묵당 노인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지..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101)

방랑시인 김삿갓 (101) *장인 정신으로 만든 수양매월 (首陽梅月) "상편" 김삿갓은 해주 구경을 끝내고 이번에는 먹을 사려고 나섰다. 전국적으로 먹을 만드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해주에서 만드는 수양매월(首陽梅月)을 최고로 쳐준다. 그 먹은 수양산 기슭에 있는 매월리라는 마을에서 만들기 때문에 , 자호를 수양매월이라고 붙인 것이다. 아울러 값도 무척 비싸서 보통 먹의 몇 갑절이나 되는 돈을 주어야 살 수 있는 귀물이다. 그러므로 글줄이나 쓰는 선비들은 해주에 들르기만 하면 수양매월을 꼭 사게 마련이었다. 김삿갓도 해주 먹을 써 보는 것이 오래 전부터의 소원이었기에 일부러 매월리로 먹을 사러 찾아갔던 것이다. 먹을 만드는 사람은 백발이 성성한 칠십 노인이었다. 첫눈에 보아도 풍모..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100)

방랑시인 김삿갓 (100) *황해감사 이율곡의 동기 유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시. 술집 무하향을 나온 김삿갓은 구월산을 향해 가면서 웬일인지 마음이 지극히 허전하였다. 그런 탓 인지 주위의 산천 경계를 아무리 살펴 보아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럴까. 호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마음이 이토록 심란해 진 것일까 ? ) 돌아보건데, 어제 보던 산천 초목이 하룻밤 사이에 달라졌을 리가 만무하다. 산도 어제 보던 그 산이요, 물도 어제 흐르던 그 물이다. 어제만 해도 그처럼 아름다워 보이던 산천 초목이었지만, 오늘따라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오직 호주머니가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김삿갓은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을 느낀 자신의 인격이 치사스럽게 여겨..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99) *부처님 같은 김삿갓, 보살 같은 주모.

방랑시인 김삿갓 (99) *부처님 같은 김삿갓, 보살 같은 주모. 김삿갓과 주모는 그 말을 듣자 배꼽을 움켜잡고 웃었다. "하하하, 두 마누라를 한 집에서 거느린다는 것은 보통 예삿일이 아닌가 보구려." 주모도 웃어가며 덩달아 말한다. "호호호, 이왕이면 공평 무사하게 큰마누라도 죽여 주지 그랬어요 ?" "에이 여보시오, 내가 물개인 줄 아시오 ? " 그 소리에 방안에는 또다시 웃음판이 벌어졌다. 김삿갓이 백종원에게 물었다. "그래, 작은 마누라 배 위에 엎어져 있던 노형의 뒷 덜미를 낚아 채, 자기 먼저 죽여 달라는 큰마누라는 어찌 하셨소 ? " 그러자 백종원은 손을 휘휘 내 저으며 대답한다. "다 늙어빠진 마누라를 무슨 재미로 죽여 주오. 큰마누라한테 도대체 흥미가 없어, 부득이 작은마누라를 얻어 오..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98) *주막, 무하향에서 만난, 낯선 사내 백종원.

방랑시인 김삿갓 (98) *주막, 무하향에서 만난, 낯선 사내 백종원. 김삿갓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데, 문득 문이 벌컥 열리며 40세 가량 되어 보이는 사내가 들어 오더니, 대청 마루에 털썩 걸터앉으며 푸념조의 말을한다. "아주머니! 나 술 한잔 주소 ....제~길헐 .. 계집년들 등쌀에 사람이 살 수 있어야 말이지."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주모가 얼른 술을 따라 주며 묻는다. "계집년들이 뭐가 어쨌다고 혼자 화를 내시오 ? " 김삿갓은 그 기회에 사나이의 용모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나이는 사십이 되었을까 넘었을까, 몸이 우람하고 상투가 큼지막한데다가 이마에는 일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있었다. 아울러 사내의 눈꼬리가 찢어져 올라 간 것으로 보아, 결코 순박해 보이지는 않았다. 사나이는 술..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97) *보살 같은, 무하향 (無何鄕) 주모.

방랑시인 김삿갓 (97) *보살 같은, 무하향 (無何鄕) 주모. 수안에서 구월산이 있는 은률(殷栗)로 가기 위해서는 사리원을 거쳐야한다. 사리원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던 김삿갓, 산을 하나 넘어 가니 술집이 보인다. 집은 게딱지같이 초라해 보이건만, 옥호(屋號)는 요란스럽게도 무하향(無何響) 이라고 붙어 있었다. 술청에 들어서니, 주모는 육십을 넘겼음직한 젊은 할머니였다. "주모 ! 술 한잔 주시오." 김삿갓은 삿갓을 벗어 놓고 술청에 걸터 앉으며 다시 말했다. "게딱지 같은 집에 무하향이라는 간판은 너무도 격에 어울리지 않소이다. 주모는 무하향이라는 말의 뜻을 알기나하고 간판으로 내 거신 것이오 ? "주모는 술을 따라 주면서, "무하향이라는 말이 어서 나온 것인지, 술장수가 그런 건 알아서 뭐 한다오 ..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96) *남하하처 불상봉

방랑시인 김삿갓 (96) *남하하처 불상봉 (男兒何處 不相逢 : 남자가 사노라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으리) 김삿갓은 감자를 먹어 가며, 주인에게 이런 말도 물어 보았다. "이 깊은 산중에서 날마다 숯만 구으며 살아가려면 , 때로는 외로움도 느끼시겠구려." 지환은 당치 않은 소리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한다. "산에는 산짐승 친구들도 많은데다, 숯을 굽기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구워내는 숯이 많은 아낙네들에게 큰 도움이 될것 이라는 생각 때문에 일이 여간 기쁘지 않은걸요." 김삿갓은 비록 숯을 굽는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해나가는 지환의 생활상을 듣자, 자기 일에 아무런 사명감도 느끼지 못하고 ..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95) *떠도는 구름, 흘러가는 물.

방랑시인 김삿갓 (95) *떠도는 구름, 흘러가는 물.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푸른 산 뿐이지만, 산 위에는 하얀 구름이 한가롭게 떠돌고, 골짜기에는 맑은 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절경을 천천히 음미하던 김삿갓, (물은 흘러도 앞을 다투지 않고, 구름은 떠 있어도 서로 뒤지려고 하건만, 어째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웬놈의 말썽이 그렇게도 많을까.) 수안 고을에서 만난, 양상문과 박용택 사이에 벌어진 계쟁(係爭)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일어났다. 욕심이 없었다면 그와 같은 다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 김삿갓은 풀밭에 네 활개를 쭉펴고 누워, 욕심이라곤 하나도 없는 산과 구름, 골짜기를 지나는 물소리의 자연 그대로를 즐기고 있었다. 그대로 누운채로 자연의 빛과 소리..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94) *가짜 암행어사 김삿갓의 명판결.

방랑시인 김삿갓 (94) *가짜 암행어사 김삿갓의 명판결. 저희 수안 고을에서는 수 일 전에 산적의 두목놈을 체포했사온데 그 자의 자백에 의하면, 귀 고을에 살고 있는 "박용택"이란 자가, 산적의 일당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적을 일망 타진 하기 위해서는 박용택이란 자를 응당 취조해 보아야 하겠사오니, 황주 수령께서는 그 점을 깊이 양해하시와, 백용택을 체포해 올 수 있도록, 특별 배려를 하여 주시옵소서. 수안고을 군수 백창수 올림. 박용택을 난데없는 "산적"으로 몰아 붙인 것은, 그 자가 워낙 지능범으로 판단 되기에 엉뚱한 올가미를 씌워 가지고 범죄 사실을 자기 입으로 실토하게 하려는 김삿갓의 깊은 계교가 숨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수사 협조문을 받은 황주 고을 사또는 산적을 잡아 가고 싶다는데..

야화 김삿갓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