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93) *박용택 체포조 출발시켰다.

방랑시인 김삿갓 (93) *박용택 체포조 출발시켰다. 그러나 동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수문장은 김삿갓의 행색을 훝어보더니, 대뜸 코웃음을 친다. "이 미친놈아! 한양에서 내려 왔다고 하면 누가 겁을 낼 줄 아는냐! 사또님이 누구라고 감히 뵙겠다는 것이냐. 경을 치기 전에 썩 물러가거라." 행색이 허술한 것을 보고 사람을 완전히 무시하는 말투였다. 김삿갓은 약간은 멋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는 큰소리를 쳐볼밖에 없었다. "자네들이 내가 누구란 것을 모르는 모양일쎄, 나는 하옥 대감의 특별 분부를 받들고 내려온 사람일쎄. 사또에게 그 말씀만 전해 주게나. 그러면 사또께서 반갑게 만나 주실 걸세." 아무리 문지기 사령이라도 하옥 대감이라는 말만 들으면 몸을 떨..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92)

방랑시인 김삿갓 (92) *친구와의 돈 거래도 남들 처럼 해야 한다. 김삿갓이 산을 내려와 객점(客店)에서 해장술을 마시는데, 안쪽 구석에서는 어떤 시골 사람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술을 몇 잔 거푸 마시며 한숨까지 몰아 쉬더니 , 한탄어린 소리를 지껄였다. "제길헐 ! 이놈의 세상은 어떻게 되려는지, 사또란 자는 눈앞에 도둑놈 하나를 잡아 주지도 않네 ! " 하면서, 사또가 들으면 목이 날아갈 소리를 마구 퍼붓고 있었다. 김삿갓이 건너다 보니, 돈푼이나 있어 보이는 순박한 시골 사람 같은데, 이렇게 사또를 나무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하니, 무척이나 억울한 사정이 있어 보였다. 남의 딱한 사정을 모른척 넘기는 법이 없는 김삿갓, 기어이 술상을 냉큼 들고 그 사람 앞으로 갔다. "노형은 무슨 억..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91) *어느새 백발이

방랑시인 김삿갓 (91) *어느새 백발이 김삿갓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 오자, 수안댁 생각이 새삼스럽게 간절해졌다. "여보게 주모 ! " "왜 그러세요 ? " "나, 술 좀 더 갖다 주게." "그렇게 많이 드셔도 괜챦으시겠어요 ? " "술값 못 받을까 봐 걱정이 되나? " "엉뚱한 오해는 마세요. 술값 못 받을까 봐 손님에게 술 안드리도록 쩨쩨한 여자는 아니에요." 주모가 술을 갖다 주자 김삿갓은 연달아 술을 마셔댔다. 깨끗이 잊으려고 마음을 굳힐 수록 수안댁에 대한 슬픔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손님은 웬 술을 그렇게도 잡수세요.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치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만 같네요." 주모는 김삿갓의 술 마시는 모습을 보고 뼈 있는 질책을 했다. 그러자 김삿갓은 취..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90) *다시 떠나는 방랑길.

방랑시인 김삿갓 (90) *다시 떠나는 방랑길. 천동 마을을 떠나 다시 방랑길에 오른 김삿갓은 지나간 만 일 년간의 일로 오만가지 감회가 무량했다. 애당초 방랑에 나서게 된 것은 인간사로 구애를 받지않고 허공을 떠도는 한조각 구름처럼 자유자재로 살아가자는데 있었다. 처자식과의 인연조차 끊어 버리고 표연히 방랑 길로 나선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세상일은 결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지난 일년 동안은 수안댁과 생각치도 못한 결혼 생활을 해오지 않았던가. 이제와서 지난 일을 돌이켜 보면 수안댁과 결혼을 했던 일도 꿈만 같았고, 그런 생활이 일 년 남짓하게 계속되다가 갑자기 사별(死別)을 하게 된 것도 꿈만 같았다. 인생이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죽음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은 모든 것..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89) *김삿갓이 몰랐던 수안댁의 감춰진 비밀.

방랑시인 김삿갓 (89) *김삿갓이 몰랐던 수안댁의 감춰진 비밀. "요새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겠지만, 실상인즉 수안댁은 3대째 내려오는 무당의 딸이었다네. 수안댁이 하필이면 산신당 나무에 목을 매고 죽은 것도 따지고 보면 어머니, 할머니가 모두 산신령을 추앙하며 모셨던 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야." 수안댁이 3대 무당의 딸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에 제제도 놀랐고, 김삿갓도 놀랐다. 모두가 처음 들어 보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어르신! 수안댁이 무당의 딸이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 " 조조가 놀라면서 노인에게 물었다. "이 사람아 ! 내가 죽은 사람에 대해 왜 거짓말을 하겠나,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나 버려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틀림없이 할머니도 어머니도 무당이었다네." 김삿갓은 그 말..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88) *김삿갓에게 닥친 불행.

방랑시인 김삿갓 (88) *김삿갓에게 닥친 불행. 그로부터 며칠 지난 비 오는 날 밤, 김삿갓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소변을 보려고 요강을 찾았다. "여보게! 요강이 어디 있지? " 수안댁은 그 말을 듣기 무섭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어마, 내 정신 좀 봐 ! 요강을 우물가에 그냥 내버려두었네요. 지금 곧 가져올께요." 김삿갓은 비가 오는데 심부름을 시키기가 안되 보여서, "자네는 그냥 앉아 있게. 내가 나갔다 옴세." "아니에요. 남자가 요강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남들이 뭐라 하겠어요." "쓸데없는 소리! 남자가 요강을 들고 다니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내가 갔다 올테니까, 당신은 그냥 있어요." 김삿갓은 마누라를 억지로 못 나오게 막았다. 마누라의 수고와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심정에서 자..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87) *금반삭립봉천첩(金盤削立峰千疊) ..

방랑시인 김삿갓 (87) *금반삭립봉천첩(金盤削立峰千疊) .. 소반위에 나란이 빚어 놓은 송편은 수많은 산봉우리가 첩첩히 겹쳐 있는것 같다. 김삿갓은 혼비백산하여 마누라를 잡아 일으키려 하였다. 그러나 수안댁은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여보게 정신 차리라구 ! " 얼굴에 냉수를 끼얹고 인정(人定)을 비벼주고 하여 한바탕 소란을 떤 후에 수안댁은 간신히 숨을 돌렸다. "여보게! 정신이 좀 드는가? 자네, 별안간 왜 이러는가 ? " 수안댁은 남편의 얼굴을 얼빠진 사람처럼 멀거니 바라 보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말한다. "몸도 불편하신 당신에게 이런 꼴을 보여 드려 미안해요.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래요, 잠시 그대로 누워서 안정을 취하구려." 김삿갓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내가 무당을 저주..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86)*김삿갓이 몰랐던 수안댁의 집착.

방랑시인 김삿갓 (86) *김삿갓이 몰랐던 수안댁의 집착.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김삿갓이 눈을 떠보니 날은 어느새 환히 밝아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수안댁이 보이지 않았다. "응 ... ? 이 사람이 어딜 갔을까 ? " 김삿갓은 방안을 두루 살폈으나 마누라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장짓문 너머 윗방에 누군가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예감이 심상치 않아, 문틈으로 윗방을 옅보다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하였다. 수안댁이 바람벽에 산신 탱화를 걸어 놓고 그 앞에 단정히 꿇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반위에 정안수와 촛불까지 밣혀 놓고, 두 손을 허공에 벌렸다가 합장하며 큰 절을 올리며, 입으로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85) *무당의 예언 탓인가 ? 사고를 당한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85) *무당의 예언 탓인가 ? 사고를 당한 김삿갓. 봄이 되었지만 김삿갓은 별로 할 일이 없었다. 낮에는 친구들 조차 농사일로 모두 들녘에 나가 있으니, 허탈감에 빠져있기 일쑤였다. 그러나 밤이 되면 상황은 조금 달라져, 모임방에 나가 음담패설을 듣고 여담을 나누다가, 새벽녘이나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와 수안댁과 정을 나누는 것은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어쩌면 이런 재미라도 붙였기에 천동 마을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시간을 계속해 보내던 장마철인 어느날, 그날은 김삿갓이 모임방에 모인 친구들에게 술 한 턱을 냈다. 김삿갓이 술을 사게 된 까닭은 마누라 수안댁의 충고 때문이었다. "남의 술을 한 번 대접받거든, 당신은 두 번씩 술을 사드리세요. 남의 술을 얻..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84) *또 다시 꿈틀거리는 김삿갓의 방랑벽.

방랑시인 김삿갓 (84) *또 다시 꿈틀거리는 김삿갓의 방랑벽. 김삿갓과 수안댁의 결혼식은 뒷산에 있는 산신당 앞에서 냉수를 한 그릇 떠놓고, 대동계장 제제의 집전으로 20여 명의 친구들의 축복 속에 거행 되었다. 불교에서는 부부 관계를 삼생연분(三生緣分)이라고 한다. 부부란 아무렇게나 맺어지는 것이 아니고, 전세(煎世),금세(今世),내세(來世)에 걸쳐,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있어야만 맺어진다는 소리다. 김삿갓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안댁과 자기는 삼세의 인연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삼생의 인연이 있고 없고는 별개 문제로, 많은 친구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니, 수안댁과 부부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니던가. 김삿갓은 결혼식을 올리는 도중에 영월에 있는 본마누라의 얼굴이 불현..

야화 김삿갓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