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93) *박용택 체포조 출발시켰다. 그러나 동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수문장은 김삿갓의 행색을 훝어보더니, 대뜸 코웃음을 친다. "이 미친놈아! 한양에서 내려 왔다고 하면 누가 겁을 낼 줄 아는냐! 사또님이 누구라고 감히 뵙겠다는 것이냐. 경을 치기 전에 썩 물러가거라." 행색이 허술한 것을 보고 사람을 완전히 무시하는 말투였다. 김삿갓은 약간은 멋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는 큰소리를 쳐볼밖에 없었다. "자네들이 내가 누구란 것을 모르는 모양일쎄, 나는 하옥 대감의 특별 분부를 받들고 내려온 사람일쎄. 사또에게 그 말씀만 전해 주게나. 그러면 사또께서 반갑게 만나 주실 걸세." 아무리 문지기 사령이라도 하옥 대감이라는 말만 들으면 몸을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