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35) *죽향과의 첫 만남.

방랑시인 김삿갓 (135) *죽향과의 첫 만남. 김삿갓은 똑같은 시를 두 번씩이나 감격스럽게 읊고 나서, "도데체 이처럼 기가막힌 시를 누가 지었소이까 ?" 하고 일동에게 물었다. "강촌모경"이 너무도 훌륭한 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촌모경을 지은 작자를 누구냐고 물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때문에 김삿갓은 불현듯 이 시는 남의 작품을 옮긴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 시를 지은 사람이 여러분 중에 반드시 있을 것인데, 왜 들 대답이 없지요 ? 다른 사람의 시를 옮겨 쓴 것은 아니겠지요 ? " 하고 준엄한 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그러자 저쪽 등 뒤에서 아까부터 새치름하게 앉아 있던 기생이 얼굴을 바짝 들며 항의한다. "선생님 ! 제 이름은 죽향(竹香)이라고 하옵니다. 남의 시가 아니고 제..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33) *겨울에 부채를 선사한 이유.

방랑시인 김삿갓 (133) *겨울에 부채를 선사한 이유. 평양 감사 다음 가는 높은 벼슬자리인 도사로 임백호가 평양에 왔을 때의 일이다. 높은 벼슬 자리에 있는 관계로 , 임백호는 수많은 명기들과 자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수 많은 기생중에 그가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기생은 오직 한우(寒雨)라는 기생뿐이었다. 왜냐하면 한우는 풍류를 알고 시를 알고 있어, 백년지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우는 워낙 지조가 굳은 기생인지라, 몸 만은 좀체 허락하지 않았다. 임백호는 일 년이 넘도록 한우를 만나 왔지만, 사내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초겨울 밤, 그날도 한우와 단둘이 술을 마시다가, 임백호는 불현듯 한우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은 충동이 불같이 솟구쳐 올랐다. 그러면서 한우에게 다..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32) *노기(老妓)들의 화전(花煎)놀이.

방랑시인 김삿갓 (132) *노기(老妓)들의 화전(花煎)놀이. 하룻밤을 즐겁게 보낸 김삿갓은 다음날부터 혼자 평양 구경에 나섰다. 그리하여 연광정(緣光亭)을 비롯하여 부벽루(浮碧樓), 망월루(望月樓), 풍월루(風月樓), 영귀루(詠歸樓), 함벽정(涵碧亭), 쾌재정(快裁亭), 영명사(永明寺),장경사(長慶寺)등, 평양에서 이름난 명소는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조리 가보았다. 김삿갓은 발길이 이르는 곳 마다 경치가 너무도 아름다워 정신이 황홀할 지경이었다. 경치도 경치지만 그에게 또 다른 즐거움은 옛날에 이곳을 다녀 간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의 자취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시인묵객들은 이름 난 경치 좋은 곳을 다녀가며 시를 남기기 일쑤였고, 후세의 사람들은 이를 기억하고 현판(懸板)에 새겨 걸어 놓는 관습이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31) *能能其中別何能 ?

방랑시인 김삿갓 (131) *能能其中別何能 ? (특별히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 .. 夜月三更呼夫能 ! (달밤에 서방을 불러들이는 것이라오 ! ) 김삿갓은 이날부터 임 진사댁 별당에서 귀객 대접을 받아가며 평양 구경을 맘놓고 다닐 수 있었다. 임 진사는 워낙 시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김삿갓과 어울려 술을 나눠 가며 시를 짓는 것을 무엇보다도 즐거워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임 진사는 김삿갓의 수발을 들리기 위해 산월이라는 애송이라는 기생까지 딸려 주어, 김삿갓은 돈 한푼 안 들이고 객고도 맘대로 풀 수 있게 되었다. 기생 산월이는 나이가 17세 가량 되었을까, 비록 나이는 어려도 성품조차 서글서글하고, 무슨 일이든지 막힘이 없어, 재주가 뛰어나 보였다. 첫날밤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자, 김삿갓은 희..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30) *김삿갓 환영연으로 변한 회갑 잔치.

방랑시인 김삿갓 (130) *김삿갓 환영연으로 변한 회갑 잔치. 임 진사가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알고 묻는 바람에, 김삿갓은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제가 "김삿갓"으로 불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유명하다"는 말씀은 당치 않은 말씀 입니다. 임 진사는 어쩔줄 모르도록 기뻐하면서, 감격에 찬 소리로 말을한다. "선생을 이런 자리에서 만나 뵐 줄은 정말 몰랐소이다. 오늘 같이 기쁜 날, 선생께서 이런 자리에 나타나시게 된 것은, 하늘이 나에게 내려 주신 또 하나의 축복 입니다." 임 진사가 자신을 알아 보고 너무도 기뻐하므로, 김삿갓은 어리둥절할밖에 없었다. "진사 어른께서는 제 이름을 어떻게 알고 계시옵니까 ?" "무슨 말씀을! 시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선생의 함자를 모르는 이가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29) *금수산 을밀대에 올라.

방랑시인 김삿갓 (129) *금수산 을밀대에 올라. 모란봉에 올라 보니 저 멀리 눈 아래 푸른 비단폭처럼 대동강이 넘실거리는 것이 장관이었고, 강 건너 능라도에는 실실이 늘어진 수양버들이 바람결에 흐느적 거렸다. 때마침 산에는 진달래 꽃이 만발해 있어 삼삼오오 모란봉을 찾는 상춘객이 입은 백의(白衣)가 연보랏빛 진달래 색깔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아아, 우리가 백의 민족(白衣民族) 으로 자랑 할만 하구나, 그리고 금수산은 단순한 금수강산의 한 면이 아니라 지상의 선경(仙境)임이 분명하구나 !) 김삿갓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한동안 넋을 읽고 취해 있었다. 고려때 시인 권한공(權漢功)이 평양 구경을 왔다가 모란봉 위에서 대동강을 굽어보며 시를 지은 일이 있는..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28) *"평양 기생은 퇴물이라도 무섭다 !"

방랑시인 김삿갓 (128) *"평양 기생은 퇴물이라도 무섭다 !" 그러자 지금까지 묵묵히 술만 마시고 있던 강 서방이 주인 노파의 말을 듣고 샘이 나는지 불쑥, "여보시오. 주인 할머니 ! 이왕 재혼을 하려거든 이 손님 대신에 내가 어떻소 ? 나는 아직도 기운이 왕성한 놈이라오." 하고 무뚝뚝한 어조로 씨부려대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강 서방의 말을 지나치긴 했지만 농담으로 알았다. 그러나 주인 노파는 강 서방의 말이 비위에 거슬렸던지, "손님은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술만 마시더니 어느새 취하셨나 보구려. 술은 그만하고, 이젠 방에 들어가 주무시기나 하시오." 하고 은연중에 따돌리는 태도를 보인다. 강 서방은 그 소리가 비위에 거슬렸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리며, 씹어 뱉듯이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27) *재혼 못한 죄.

방랑시인 김삿갓 (127) *재혼 못한 죄. 김삿갓은 주인 노파의 실력을 알아보고 싶어서 물었다. "내가 아까 이 집에 들어오다 보니, 책을 읽고 계시던데, 책은 어떤 책이었소 ?" "혼자 심심하던 차에 이런 책을 읽고 있었다우." 주인 노파는 그렇게 대답하며,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책을 집어다 보인다. 김삿갓은 그 책을 받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 책은 여계(女誡)라는 책으로, 여자의 부덕(婦德)과 예의범절에 대해 소상히 적은, 양가집 규수들이 읽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할머니는 60이 다 돼가지고, 아직도 이런 책을 읽고 있단 말입니까 ?" "이 책이 어떤 책인가를 알고 계신 걸 보니, 손님은 어지간히 유식한 분인가 보네요. 나는 60이 다 되었지만, 그래도 여자는 어디까지나 여자라오."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25)* 평양 기생의 숨은 마력.

방랑시인 김삿갓 (125) * 평양 기생의 숨은 마력. 나룻배가 강을 건너 언덕에 이르렀다. 김삿갓은 언덕에 올라 앉아, 저물어 가는 산과 강을 새삼스럽게 둘러보았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강과 산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 없이 바라보고 있던 김삿갓은 시장기가 나며 술 생각이 간절해 왔다. (에라 ! 남들처럼 기생 외도는 못 하나마 술이나 한잔 마시자) 성안으로 들어가니, 밤거리에는 사람들이 번잡하게 오가고 있었다. 구질구질한 뒷골목을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주천"(酒泉)이라는 간판을 내건 술집이 보였다. (주천 .... ? 이것은 이태백의 시에서 나온 말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면 술집 주인은 시에 능통한 사람인게로군..) 김삿갓은 주저없이 술집에 들어가니, 주인은 남자가 아니고 60이 다 된 파파 할..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24) *대동강과 양산도.

방랑시인 김삿갓 (124) *대동강과 양산도. 대동강은 큰 강이다. 김삿갓은 넓은 강을 바라보며 뱃사공에게 물었다. "대동강에는 웬 강물이 이렇게나 많지요 ?" 뱃사공은 넓은 강물을 둘러보며 대답한다. "대동강은 여러 개의 강물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강을 이루고 있지요. 개천(价川)에서 흘러내리는 순천강(順川江)과 양덕(陽德), 맹산(孟山)에서 흘러내리는 비류강(沸流江)과 강동(江東), 성천(成川) 등지에서 흘러내리는 서진강(西津江)등 ... 세갈래의 물길이 함께 모여 대동강을 이루고 있으니, 물이 풍부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름조차,대동강(大同江) 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뱃사공은 이렇게 말하면서 큰 소리로 노래를 한 곡조 뽑아 내는데, 김삿갓은 속으로 깜짝 놀라면서도, 유유자적한 뱃사공의 멋들어..

야화 김삿갓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