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113) *훈장의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 김삿갓이 공맹재 훈장으로 들어앉자, 이변이 하나 생겼다. 지금까지의 서당 아이들은 모두가 을 배우던 조무라기 일곱 아이들 뿐이었는데, 김삿갓이 훈장으로 부임한 그날부터 소학(小學), 중용(中庸)과 사략 (史略) 같이 제법 어려운 책을 공부하는 중간치기 아이들 열 둘 씩이나 대거 서당에 몰려왔던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런 아이들은 필봉 선생에게는 배울 것이 없어, 숫제 글공부를 포기하고 있었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필봉은 그러한 현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김삿갓에게 자신의 느낌을 토로하였다. "약국이라는 것은 임기웅변으로 이럭저럭 명의 행세를 할 수 있지만, 훈장 자리만은 아는 것이 없어 가지고는 하루도 지탱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