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13) *훈장의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

방랑시인 김삿갓 (113) *훈장의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 김삿갓이 공맹재 훈장으로 들어앉자, 이변이 하나 생겼다. 지금까지의 서당 아이들은 모두가 을 배우던 조무라기 일곱 아이들 뿐이었는데, 김삿갓이 훈장으로 부임한 그날부터 소학(小學), 중용(中庸)과 사략 (史略) 같이 제법 어려운 책을 공부하는 중간치기 아이들 열 둘 씩이나 대거 서당에 몰려왔던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런 아이들은 필봉 선생에게는 배울 것이 없어, 숫제 글공부를 포기하고 있었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필봉은 그러한 현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김삿갓에게 자신의 느낌을 토로하였다. "약국이라는 것은 임기웅변으로 이럭저럭 명의 행세를 할 수 있지만, 훈장 자리만은 아는 것이 없어 가지고는 하루도 지탱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소..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12) *어쩔 수 없이 떠맡은 훈장 자리.

방랑시인 김삿갓 (112) *어쩔 수 없이 떠맡은 훈장 자리. 다음날 아침, 김삿갓은 서당을 떠나 도망치기 위해, 눈을 뜨기가 무섭게 삿갓과 바랑을 찾았다. 어물어물 하다가는 꼼짝 없이 잡혀, 공맹재 훈장을 떠맡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간밤에 잠자리에 들 때 머리맡에 놓아 두었던 삿갓과 바랑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것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여기에 놓아 두었구먼 ...) 고개를 기웃거리며 이 구석 저구석으로 삿갓과 바랑을 찾고 있노라니까 필봉이 방안으로 들어오며, "선생은 아침부터 무엇을 찾고 계시오 ?" 하고 물으며 빙글빙글 웃고 있다. "삿갓과 바랑이 보이지 않는데, 혹시 선생이 치우셨습니까 ?" 김삿갓이 그렇게 묻자 필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선생이 도망칠 눈치가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11)

방랑시인 김삿갓 (111) *(노랑유부(老郞幼婦 : 늙은 신랑과 젊은 부인) 화합법. 여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일어난다는 말을 썼는지 모른다. 어쩌면 밤낮 누워만 있는 영감 꼴이 하도 보기가 역겨워 , 무심중에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필봉은 벌떡벌떡 일어난다는 말이 귀에 몹시 거슬렸는지, "누워 있는 사람을 벌떡벌떡 일어나게 하는 약이 없겠냐구 ? ... 옛날에 진시황(秦始皇)은 장생불로초(長生不老草)를 구하려고 동남 동녀(童男童女) 오백 쌍을 삼신산(三神山)에 보냈지만, 그런 약은 끝내 구해오지 못했느니라. 그런 신약이 어디 있겠느냐 ! 그런 헛된 생각을 말고, 보약을 열심히 드시게 하여라,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열심히 공대하면 보답은 반드시 너한테 돌아오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잠시 뜸을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109)돌팔이 의원의 위기 극복기​

방랑시인 김삿갓(109) 돌팔이 의원의 위기 극복기​ 김삿갓은 필봉 선생의 명의 주장을 듣고 궁금한 점이 있어 물어 보았다. "병을 그런 식으로 치료해 주다가 사람을 잡기 쉬울 터인데, 그런 일은 없으셨던가요?"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의원치고 애매한 환자를 죽여 보지 않은 의원이 어디 있겠소? 자고로 명의라는 말은 '환자를 많이 죽여 본 의원'이라는 말인 줄 모르시오?" 김삿갓은 기가 막혔다. "그렇다면 선생도 약을 잘못 써서 환자를 죽여 본 일이 있단 말입니까?" "따지고 보면 사람이란 게 언젠가는 어차피 죽게 되는 것이 이치일진데 예전에 실수로 어린 아기를 죽였을 때만은 거북한 생각이 노상 없지는 않지요." "옛? 어린 아기를 죽여 본 경험도 있으시다고요?" 아무리 돌팔이 의원이기로 어..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08) *천하의 명의가 되는 법.

방랑시인 김삿갓 (108) *천하의 명의가 되는 법. 김삿갓은 삼충 선생이라고 불리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훈장의 손을 떨쳐 버렸다. "에이, 여보시오. 내가 왜 삼충 선생이란 말이오." 그러자 훈장은 소리를 크게 내어 웃으며 말한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선생한테 꼭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소이다." "무슨 부탁을 하시려는지 어서 말씀을 해보시죠." "선생은 학문이 놀랄 만큼 박식한 분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공맹재의 훈장 자리를 선생이 맡아 주시오. 나로서는 간곡한 부탁이에요."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 선생과 나는 금시 초면인 사이인데, 나를 어떻게 믿고, 서당의 훈장 자리를 맡기시겠다는 말이오 ?" 물론 김삿갓은 애시 당초 훈장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일..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07)

방랑시인 김삿갓 (107) *남자는 삼충동물(三衝動物)이려니... 고소원지 불감청(固所願之 不敢請). "그 말이 꼭 알고 싶다면 종이에 적어 드리기로 하리다." 그리고 김삿갓은 종이에 다음과 같이 써놓고, 해설까지 달아 주었다. 爲爲不厭 更爲爲 위위불염 갱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不爲不爲 更爲爲 불위불위 갱위위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훈장은 종이를 집어 들고 한문과 해설문을 한참 동안 눈여겨 보다가 별안간 무릅을 "탁"치며 감탄을 내지른다. "과연 옛날 사람들은 남녀간의 묘리을 잘도 묘사해 놓았구료.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정말 기가막힌 표현 입니다! "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 말이 아주 실감이 나시는 모양이구료." "실감이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06)

방랑시인 김삿갓 (106) *"위위불염 갱위위, 불위불위 갱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고...) 마침 그때 젊은 환자 하나가 찾아왔다. "몸이 좀 이상해서, 의원 선생님을 찾아 왔습니다.계시온지요 ?" 첫눈에 보아도 무척 나약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김정은은 서당의 훈장이면서, 환자가 찾아 왔을 때에는 즉석에서 의원 선생으로 둔갑해 버린다. 그리하여 수염을 쓰다듬으며 청년에게 말한다. "이 사람아 ! 의원 선생을 앞에 두고, 어디서 나를 찾는단 말인가? 내가 자네가 찾고 있는 백중국 선생일쎄. 무슨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 " 청년은 고압적인 대답에 기가 질렸는지, 황급히 머리를 수그려 보이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 저는 웬일인지 기운이 없어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아 보려고 왔습니다..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05) *필봉 선생의 고백.

방랑시인 김삿갓 (105) *필봉 선생의 고백. "필봉 선생, 별안간 왜 이러십니까. 농담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그러나 필봉은 성품이 음흥하면서도 솔직한 일면이 있었다. 그는 김삿갓의 손을 힘차게 움켜잡으며, 이렇게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내 이제와서 선생께 무엇을 숨기겠소이까. 선생이 시에 그렇게도 능(能)하신 것을 보니, 선생은 "사서삼경"에도 능통하신 분이 확실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천자문을 뗀 후에 고작해야 "명심보감"밖에는 읽지 못한 놈이옵니다. 그러니 내 어찌 선생같은 어른을 스승으로 모시지 않을 수 있으오리까." 맑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고백이었다. 그러나 김삿갓은 필봉의 말을 액면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선생은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공맹재 훈장 어른이 "명..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04)* "팽,팽,팽,팽(烹)" ...

방랑시인 김삿갓 (104) * "팽,팽,팽,팽(烹)" ... "선생은 비록 산속에 숨어 살고 계시다고는 하지만, 사향노루는 아무리 깊은 산속에 살아도, 그 향기가 천 리 밖에까지 풍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선생이 비록 산속에 숨어 계시기로, 그 명성이야 어찌 숨길 수 있으오리까." 어거지로 둘러댄 변명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필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사향노루의 비유는 천하의 명답이네그려. 그러고 보면 자네는 학식이 보통은 아닌 모양인걸. 자네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 ? " "많이는 읽지 못했으나, 몇 해 동안 글방에 열심히 다닌 일이 있사옵니다." "음 .... 그렇다면 시도 지을 줄 알고 있겠네그려 ? " "잘 짓지는 못하오나 이럭저럭 흉내는 낼 수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내가..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10)누워있던 남자를 벌떡벌떡 일어나게 하는 신약(神藥)

방랑시인 김삿갓 (110) 누워있던 남자를 벌떡벌떡 일어나게 하는 신약(神藥) 필봉은 두 남녀 사이에 시선이 오고 가는 줄도 모르고 누이동생에게 말한다. "아마 너의 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아랫마을에 놀러 갔는가보구나." 이렇게 까지 말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참, 여정與情아! 이리와 이 어른께 인사 올려라. 이 어른은 학문이 매우 높은 어르신네다. 이번에 나를 대신해 훈장자리를 맡아 주기로 하셨다." 그러면서 김삿갓에게 "이 아이는 나의 누이동생인 홍 향수洪鄕首 댁이랍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테니 서로 얼굴이라도 익혀 두시죠."하고 마치 김삿갓이 훈장 자리를 맡기라도 한 것처럼 소개를 하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당황할 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나는 계획한 일이 있어서 훈장 자리를 맡을 수..

야화 김삿갓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