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83) *하늘이 정해 주신 연분. 휘몰아치는 폭풍이 지나고 나자, 수안댁은 새삼스럽게 불안감에 떨며 호소하듯 속삭인다. " 나 같은 계집 대문에 삿갓 어른께서 불행해져서는 절대 안 돼요, 오늘 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할테니 어서 내 집에서 나가 주세요." 김삿갓은 공포에 떨고 있는 수안댁이 측은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넌즈시 달래주는데, "자네와 가까이 하는 사내는 모두 죽게 된다니까 겁이 나서 그러는 모양이구먼. 그러나 그런 무당의 허툰수작에 휘둘리지 말고 걱정 말아요. 나는 절대로 죽지 않을테니." "아니에요. 할머니 무당의 말씀은 허튼 소리가 아니에요. 그 무당의 예언은 한 번도 빗나간 일이 없는 걸요." 한번 믿기 시작하면 미신처럼 무서운 것이 없어서, 수안댁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