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83) *하늘이 정해 주신 연분.

방랑시인 김삿갓 (83) *하늘이 정해 주신 연분. 휘몰아치는 폭풍이 지나고 나자, 수안댁은 새삼스럽게 불안감에 떨며 호소하듯 속삭인다. " 나 같은 계집 대문에 삿갓 어른께서 불행해져서는 절대 안 돼요, 오늘 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할테니 어서 내 집에서 나가 주세요." 김삿갓은 공포에 떨고 있는 수안댁이 측은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넌즈시 달래주는데, "자네와 가까이 하는 사내는 모두 죽게 된다니까 겁이 나서 그러는 모양이구먼. 그러나 그런 무당의 허툰수작에 휘둘리지 말고 걱정 말아요. 나는 절대로 죽지 않을테니." "아니에요. 할머니 무당의 말씀은 허튼 소리가 아니에요. 그 무당의 예언은 한 번도 빗나간 일이 없는 걸요." 한번 믿기 시작하면 미신처럼 무서운 것이 없어서, 수안댁의 강..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82)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장난.

방랑시인 김삿갓 (82)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장난. "삿갓 어른! 죄송해요. 제가 왜 재혼을 할 수 없는 팔자인지, 솔직하게 말씀드릴께요." 그리고 수안댁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술주정을 하듯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공개 하였다. 수안댁은 결혼한 지 5년 만에 남편이 죽자, 삼년상을 깨끗이 치른 뒤에, 재혼을 하려고 망부(亡夫)의 혼백을 달래는 굿을 성대하게 해주었다. 그때, 그 굿을 주관한 무당은 70대의 할머니 무당이었는데, 죽은 남편의 혼백을 불러 놓고 한바탕 칼춤을 추어가며 넋두리를 한참 늘어 놓은 후, 문득 수안댁에게 다음과 같은 몸서리 치는 선언을 하는 것이었다. "네 남편은 독주를 마시고 죽은 게 아니라, 바로 네가 청상살을 타고났기 때문에 죽은 것이로다. 그러므로 너는 재혼을 하더라도, ..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81) *취향정 수안댁의 폭탄선언.

방랑시인 김삿갓 (81) *취향정 수안댁의 폭탄선언. 곤혹스럽기는 김삿갓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눈위기를 눙치기 위해 너털웃음을 웃어 보였다. "아 사람들아! 술은 안 마시고 무슨 장난이 이렇게도 심하단 말인가 ?" 그러자 조조가 다시 손을 내저으며, "자네는 끼어들 계제가 아니니까, 잠자코 듣기만 하게 ! 자, 수안댁은 우리들의 질문에 거짓 없이 대답을 하겠노라고 약속해 줄 수 있겠지 ? " 수안댁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좋아요. 약속할께요." "그럼 됐네! 내가 이제부터 중대한 일을 물어 볼 테니, 자네는 똑똑히 들었다가 분명히 대답해주게 ! 자네는 우리들의 죽마고우인 김삿갓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사실이겠지 ? " 조조가 너무도 진지하게 물어보는 바람에, 방안에는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80)

방랑시인 김삿갓 (80) *비장의 술 추로백 (秋露白) (우리 집에는 남 모르게 비장해 놓은 추로백(秋露白)이란 술이 있는데, 그 김삿갓이란 사람에게 그 술맛을 한번 보여주면 얼마나 놀랄까...) 수안댁은 몇 해 전에 어떤 고승으로부터 명주(銘酒) 담그는 비법을 배워 가지고, 추로백이라는 술을 한 항아리 담가 놓은 것이 있었다. 양조법을 배우다가 시험삼아 한번 담가 본 것으로서, 돈을 받고 팔기 위해 담가 놓은 술은 아니었다. 그러나 삿갓이라는 사람이 술맛을 그렇게나 잘 알고 있기에, 그 사람에게는 추로백의 맛을 꼭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수안댁은 며칠을 두고 망설이다가, 어느 날 마침내 용기를 내어 술 한병을 들고 조조를 일부러 찾아왔다. "며칠 전에 우리 집에 들렀던 삿갓이라는 분에게 이 술맛을 보게..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79)

방랑시인 김삿갓 (79) *질긴 인연의 시작. 해(年)도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김삿갓은 이날도 이풍헌 댁으로 바둑을 두려고 모임방을 나서려고 하는데, 조조가 술을 한 병 들고 찾아왔다. "여보게! 오늘은 어디 가지말고 나하고 술이나 한잔 하세 ! 이 술은 어떤 여자가 자네한테 보내 온 특별한 술일세! " 하고 집을 나서려는 김삿갓의 발길을 잡았다. 술이라면 어떤 술도 마다할 김삿갓이 아니다. "술이라면 먹세그려. 그런데 어떤 여자이길래 나한테 술을 보냈단 말인가 ? " "왜, 궁금해? 그런 사람이 있어 ! 하하하." 조조는 술상 앞에 앉으면서 소리내어 웃었다. 김삿갓이 물었다. "이 술이 어떤 술이란 말인가 ? 또 어떤 여자가 보내 준 술이라고 했는데, 그 여자는 또 누구인가 ? " "왜 ? 여자가..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78)

방랑시인 김삿갓 (78) *도루아미타불의 본뜻.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 세상사람들은 그 경문을 "바라경"이라고 불러 오게 되었다고 일휴 스님이 말하자, 좌중은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그리고 일휴 스님에게 다시 묻는다. "하하하, 스님은 마치 남에 일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바라경을 지은 사람은 일휴 스님 자신이 아니오 ? " 그러자 일휴 스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나는 남녀 관계를 모르지는 않지만, "바라경"을 지은 사람이 나 자신은 아니야." "그 말을 누가 믿겠어요." "바라경을 내가 지었다면 그렇다고 솔직하게 고백할 일이지 왜 거짓말을 하겠나 ? .. 불경에 보면 남을 속이는 것도 죄악이라고 했거든." 이같은 일휴 스님의 태도로 보아, 바라경의 작가가 일휴 스님 자신이 아닌 ..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01- 77)나무아미타불의 본뜻

방랑시인 김삿갓(01- 77) 나무아미타불의 본뜻 김삿갓은 천동 마을에 찾아와서 부터는 마음이 편하고 즐겁기 그지없었다. 더구나 매일 밤이면 친구들이 모두, 김삿갓이 거처하는 모임방으로 몰려와, 기나긴 겨울밤을 이야기로 보내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었다. 모임방에서는 어슷비슷 둘러앉아 미투리를 삼거나 새끼를 꼬거나, 때로는 덕석이나 멍석등을 짜면서 제각기 제멋대로 늘어놓는 음담패설을 들어 보는 것은 다시없는 즐거움이었다. 밤에 모임방으로 모여드는 사람은 김삿갓의 옛날 친구만은 아니었다. 천동 마을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감둔산 동쪽 골짜기에 반석암(盤石庵)이라는 조그만 암자가 있는데, 그 암자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일휴(一休)스님도 밤이면 가끔 놀러오는 단골 손님중에 하나다. 일휴 스님은 나이가 70이 넘..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76)

방랑시인 김삿갓 (76) *드디어 도착한 천동마을. "하편" 김삿갓은 대갈이의 몸짓과 표정이 하도 우스워, 아까부터 배를 움켜잡고 웃으며, (가루지기 타령에 나오는 사설을 곧이 곧대로 옮기는 재주와 기억력이 대단하구나 ! ) 하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연극은 계속 되었다. 변강쇠가 옹녀의 옥문관을 들여다 보며 한바탕 잡소리를 늘어 놓고나자, 이번에는 옹녀가 변강쇠의 사타구니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척하다가, 사뭇 감격스러운 듯 노래조로 이렇게 뇌까리는 것이었다. "낭군님의 물건은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히도 생겼네. 전배(前陪) 사령을 서려는지 쌍걸랑을 늦게 차고, 오군문(五軍門) 군노(軍奴)런가 목떠기를 붉게 쓰고, 냇물가의 물방안가 떨구덕 떨구덕 끄덕인다. 송아지 말뚝인지 철고비를 둘렀구나 감기에 들었는..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75)

방랑시인 김삿갓 (75) *드디어 도착한 천동마을. "중편" 까불이가 어깨춤을 박수 소리에 맟춰, 엉거주춤 찌긋찌긋 추어가며 나무 이름을 거침없이 엮어 나가자 좌중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김삿갓은 허리를 움켜잡고 웃다가 술잔을 내밀어 주며 덕담을 했다. "이 사람아 ! 병신 육갑한다더니 , 제네 꼴이 영락없네. 까불이 자네는 어디를 가더라도 밥을 굶지 않겠네." "예끼 이 친구야, 삼십 년 만에 만난 처지에 나를 보고 각설이 패가 되란 말인가 ?" 이렇게 까불이가 익살을 부리는 바람에 좌중에는 또다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또다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친다. "이번에는 "장타령"을 한번 듣자 ! 뭐 하냐 ? 땅꼬마 ! " 그러자 땅꼬마로 불린 친구가 쭈볏쭈볏, 빗발치는 독촉에 마지못해 일어..

야화 김삿갓 2021.09.28

방랑시인 김삿갓 (74)

방랑시인 김삿갓 (74) *드디어 도착한 천동마을. "상편" 다음날 아침, 김삿갓은 아침을 얻어 먹기 미안해서 변서방의 집을 일찍 나섰다. 밤사이 첫 눈이 내려 발을 뗄 때 마다 뽀드득 소리가 연이어 났다. (오늘은 드디어, 오랜 세월을 두고 그리워했던 천동 마을에 가게 되었구나! ) 이렇게 혼자 중얼거린 김삿갓은 가슴이 울렁거리는 흥분이 일었다. 그러다보니 눈으로 얼어버린 길도, 제법 쌀쌀해진 산 속의 추위도 관심밖의 일이었다. 한참을 걸어가자, 까맣게 잊어 가던 기억속의 희미한 눈에 익은 산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에 장난꾸러기 친구들과 어울려 50 리가 넘는 곡산 장거리에 몇 차례 다녀 본 길이 아니던가. 이렇게, 눈에 덮힌 험한 산 굽이를 돌아 갈때 마다 옛날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

야화 김삿갓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