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23) *평양 기생.

방랑시인 김삿갓 (123) *평양 기생. 황해도 땅을 벗어난 김삿갓은 여러 날을 걸어, 석양 무렵에 대동강 나루터에 도착하였다. 김삿갓은 유유히 흘러내리는 강물을 보자, 가슴이 설레와서, "여보시오. 이 강이 바로 대동강이지요 ?" 하고 감격어린 목소리로 뱃사공에게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뱃사공은 흥청거리는 소리로 대답한다. "이 강은 선남선녀들에게는 사랑의 강이요, 이별의 강이요, 눈물의 대동강이라오." 뱃사공으로부터 "눈물의 대동강"이란 말을 듣자, 김삿갓은 다시 한번 도도히 흐르고 있는 대동강 물을 망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대동강 위에서 사랑하는 남녀의 이별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름모를 뱃사공에 입에서 조차, "눈물의 대동강"이라는 ,시 와 노래 같은 말이 나왔을까 ? ....) 뱃사공은 푸른..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22) *명당에 관한 이야기.

방랑시인 김삿갓 (122) *명당에 관한 이야기. (醉抱瘦妻明月中 :취포수처명월중 : 달밤에 취기가 오르면 파리한 마누라나 품어 주시오.) "대지(大地)는 모든 생물에게 생명을 제공하는 "생기의 근원"이에요 따라서 대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운명은 땅이 공급해 주는 생기의 활력도에 따라 근본적 차이가 나는 것이라오. 풍수(風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오 ? 풍수라는 말은 "장풍득수"(藏風得水) 라는 말을 두 글자로 줄인 말이라는 것을 아세요." 따라서 풍수라는 것은 숨겨진 바람(혈:穴)을 찾고, 생명의 근원수(水)를 찾는 인간 본연의 생(生)을 향한 노력이라오." 그러나 김삿갓은 임 처사가 무슨 소리를 하거나, 풍수학을 별로 대견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유인 즉슨, 풍수설이란 고대 원시 신앙과 음..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21) *산속에서 만난 사내 , 임처사(林處士)

방랑시인 김삿갓 (121) *산속에서 만난 사내 , 임처사(林處士) 오열탄 계곡은 경사가 급해서 물발조차 거셋다. 흘러내리는 물이 바위에 부딪쳐 산산 조각으로흩어지며, 이것은 뽀얀 물안개로 변하여 눈 앞을 가릴 지경이었다. 이런 물안개는 비가 오지 않는데도 오색 열롱한 무재개를 이따금씩 떠올려 보여주었다. 물보라에 옷을 적시며 구정양장(九折羊腸)의 오솔길을 따라 계곡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니 높다란 암벽에 커다란 글씨로 "문성대"(文星臺)라고 새겨진 글씨가 보였다. "문성대 .... ? 옛날에 어떤 선비가 저 바위위에 올라앉아 글공부라도 했더란 말인가 ?" 그렇게 생각하며 바위 위에 올라와 보니, 눈 아래 펼쳐진 경치가 천하일품이었다. 주위에는 수목이 울창한데 나무숲 너머로는 바다인지 호수인지 분간하기 어..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20) *인생자고 수무사(人生自古誰無死

방랑시인 김삿갓 (120) 인생자고 수무사(人生自古誰無死), 건곤불노 월장생(乾坤不老月長生). 희환산은 황해도와 평안도 사이에 걸쳐 있다. 김삿갓은 그 희환산 기슭에 있는,용천관(龍泉館) 주막에서 술을 마시며 주모에게 물었다. "혹시 이 근방에 구경할 만한 명소가 없는가 ?" "이곳 용천관이 얼마나 유명한 곳인데 그러세요. 여기서 산속으로 5리쯤 들어가면 환희정(歡喜亭)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정자 아래에는 오열탄(嗚咽灘)이라는 유명한 여울이 있지요." "오열탄 ? .. 이상하구려, 이곳에 와보니 산의 이름이 희환산이요, 정자의 이름도 환희정이라 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오열탄이라니?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선남 선녀가 그 여울물 앞에서 이별을 나누며 흐느끼기라도 했던 모양이구려." "손님은 오열탄의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19) *필봉의 흉계를 간파(看破)한 새벽의 탈출.

방랑시인 김삿갓 (119) *필봉의 흉계를 간파(看破)한 새벽의 탈출. "잠깐만 ...가기 전에 말 좀 물어 봅시다." 여정은 하룻밤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김삿갓의 어깨를 이불로 감싸 주면서 스스럼없이 말한다. "고단하실 텐데 주무시지 않고 무슨 말을 물어 보시려고 그러세요." 김삿갓은 여정이 과부가 되더라도, 그녀와 결혼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무슨 까닭으로 알몸으로 이불 속으로 침입해 왔는지 배후의 인물과 이유 만큼은 분명히 알고 싶었다. "우리 이제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나지 ?" 말할 것도 없이 여정이 안심하고 입을 열게 하려는 김삿갓의 의도였다. 아니나다를까, 여정은 자못 행복스런 웃음을 보이며 김삿갓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아까는 맘대로 찾아왔다고 야단을 치시더니, 그동안 마..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18) *오랫만의 운우지정 (雲雨之情)

방랑시인 김삿갓 (118) *오랫만의 운우지정 (雲雨之情) 김삿갓이 필봉을 경계하며 지내던 어느날 밤, 김삿갓이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는데 이불 속에서 여자의 목소리로 "삿갓 선생님 ! " 하고 작은 소리로 김삿갓을 부르며 몸을 흔든다. 김삿갓은 자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나며, "누구요 ?"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불 속의 여인은 놀라 일어나려는 김삿갓의 몸을 짓누르며 침착한 어조로, "삿갓 선생님 놀라지 마세요. 저예요." "저가 누구요 ? " "필봉의 누이동생 여정이예요." "엣 ? 여정 여사 ?" 김삿갓은 다시 한번 놀라며, "여사가 어떻게 여기에 와 있소 ?" 자다가 놀라 잠을 깬 김삿갓의 손에 닿는 여인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였다. 불시에 잠을 깬 김삿갓의 코..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17) *필봉의 자승자박(自繩自縛)

방랑시인 김삿갓 (117) *필봉의 자승자박(自繩自縛) 이윽고 술상이 들어오고, 필봉은 술잔을 나누며 다시 말한다. "삿갓 선생에게 "동의보감"까지 배우면, 나도 만고에 빛나는 명의가 될 자신이 있어요. 그런데 그놈의 책을 구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김삿갓은 "명의"라는 말을 듣자, 불현듯 홍 향수가 와병(臥病)중인 사실이 떠올라 이렇게 물어 보았다. "참, 조금전에 집 앞에서 매씨(妹氏)를 만났는데, 향수 어른의 병환은 아직도 좋지 않으신 모양이죠 ?" 필봉은 그 소리에 흠칫 놀라며, "삿갓 선생이 내 누이동생을 만나셨던가요 ? 그애가 선생한테 무슨 말을 하지 않습디까 ?" 조금 전에 노상에서 만났을 때, 여정은 김삿갓에게 이상한 눈치를 보이며, "언제 한번 선생님을 조용히 만나 뵙고 싶다"고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16) *유종(乳腫)을 치료하는 민간요법 (하편)

방랑시인 김삿갓 (116) *유종(乳腫)을 치료하는 민간요법 (하편) "죄송함니다. 꼭 선생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똥가루를 꿀에 개어 붙이는 곳은 어디에 붙여야 하는 것이옵니까 ?" "유종이 처음 시작될 때, 젖 속에 밤알만한 응어리가 생겼다가, 그것이 곪고 곪아서 지금처럼 전체가 부어올랐을 것이야. 어때 ? 내말이 맞지 ?" 그러자 환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러하옵니다. 처음에는 젖 속에 밤알 같은 응어리가 생기더니 그것이 점점 곪아서 이렇게 되었사옵니다." "물론 그랬을 것이야. 그러니까 그 약은 그 응어리가 처음 생겼던 자리에 붙이면 되는 것이야." "곪았던 고름이 터져 나오면, 그 후에는 어떻게해야 합니까." "고름을 깨끗이 짜고 나거든, 그때에는 찰밥을 소금에 개어 그자리에 발라..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15) *유종(乳腫)을 치료하는 민간 요법 (상편)

방랑시인 김삿갓 (115) *유종(乳腫)을 치료하는 민간 요법 (상편) 필봉은 홍 향수의 돈과 세력을 이용하려고 젊은 누이동생을 칠십 고령의 소실로 주어 버린 모양이니, 여정은 결국 오빠를 위해 희생의 제물이 되어 버림 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 그런 생각을 하며 서당으로 돌아오다 보니, 필봉이 경영하는 백중국 약국에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한밤중에 약국에 불이 환히 켜진 것이 이상하여, 김삿갓은 약국에 들러 보았다. "필봉 선생 계시오니까 ? " 문밖에서 그렇게 부르자, 방안에서 필봉의 대답이 들려왔다. "삿갓 선생이오 ? ....어서 들어 오시오." 김삿갓이 무심코 방안으로 들어와 보니, 필봉은 삼십 세 가량 되어 보이는 젊은 남여와 마주 앉아 있었다. "아, 밤중에 환자가 오신 모양입..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14) *김삿갓을 향한 여인의 연정 (戀情)

방랑시인 김삿갓 (114) *김삿갓을 향한 여인의 연정 (戀情) 달빛에 얼굴을 살펴보니, 그 여인은 필봉의 누이동생으로 홍 향수의 소실인 여정이었다. "아, 오래간만 입니다. 오라버니 댁에 다녀가시는 길입니까 ? " 김삿갓은 의례조의 인사말을 건넸지만 여정은 깊은 감회에 잠긴 사람처럼 아무 말도 안하고 한동안 묵묵히 서 있기만 하더니 문득, "그동안 삿갓 선생님을 무척 뵙고 싶었어요." 하고 뜻밖에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삿갓은 별안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인의 고백에서 뜨거운 연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여정은 유부녀가 아니던가. 이런 호젓한 달밤에 자칫, 유부녀와 가까이 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일순, 그런 불안감이 스치자 자기..

야화 김삿갓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