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460

오뎅으로 맺은 인연

오뎅으로 맺은 인연 막노동으로 생활비와 검정고시 학원비를 벌던 시절. 밥값이 없어 저녁을 거의 굶을때가 많았다. 어느날 저녁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주머니에 동전 400원 밖에 없었다. 매일 집으로 가는 길목에 포장마차에 들려 오뎅 한개 사 먹고, 국물만 열번이나 더 떠 먹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던지.. 아주머니가 오뎅을 열 개나 더 주었다. "어차피 퉁퉁 불어서 팔지도 못하니까 그냥 먹어요." 허겁지겁 먹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그 후(後)에도 퉁퉁 불어버린 오뎅을 가끔 거저 얻어 먹곤 했다. 그때 저는 아주머니께 나중에 능력이 생기면 꼭 갚아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군대(軍隊)를 제대하고 대학교도 졸업하고, 운 좋게도 대기업(大企業) 인사과에 취직이 되었다. 아직도 그 포장마차가 그 곳에..

감동글 2023.06.14

호박꽃 / 변재영

호박꽃 / 변재영 신념의 꽃이 있다. 옥토와 박토를 고집하지 않는다. 논두렁 밭두렁이면 어떠랴. 햇빛 한 줄기 드는 곳이면 쇄석 자갈밭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뼘의 빈 땅만 허락하면 가나안의 복지인 양 바득바득 덩굴손을 뻗어 꽃을 피운다. 인심 넉넉한 외할머니를 닮은 꽃, 담장 위에 노란 별로 뜨는 꽃이 호박꽃이다. ​소낙비 한 줄금 긋고 간 아침, 텃밭을 뒤지던 뒤영벌 한 마리가 나를 시간 저편으로 끌고 간다. 유년 시절, 초가집 일색인 동네에 유일한 기와집이 우리 집이다. 땡감나무에 몸을 숨긴 쓰르라미가 목청을 돋우면 담장 위에는 분칠한 듯 노랗게 핀 호박꽃이 맑고 투명한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셨다. ​내겐 어머니가 둘이다. 살을 주신 어머니는 내가 일곱 살일 때 병마로 하늘의 별이 되셨고, 지금..

감동글 2023.06.13

프란츠 리스트의 흐뭇한 이야기

프란츠 리스트의 흐뭇한 이야기 헝가리 유명한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프란츠 리스트가 어느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날이 저물어 호텔을 찾으려고 조그마한 도시에 들어섰을 때 이었습니다. ​ 그날 저녁 그 마을에서는 피아노 연주회가 열린다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세계적인 음악가 리스트의 제자 아무개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 프란츠 리스트는 깜짝 놀라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그러한 이름의 제자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호텔에 들어가 여장을 풀었는데 호텔의 종업원 말에 의해 유명한 음악가 리스트까지도 왔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 마을 사람들은 오래 간만에 열리는 음악회인데다가 이름만 듣던 프란츠 리스트까지 왔다는 말에 모두 기뻐하면서 ..

감동글 2023.06.11

조형용 닭도리탕

눈물겨운 친구· 우정 이야기 조형용 닭도리탕 퇴근길이었다. 아까부터 서너 걸음 뒤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의 앞엔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 낯 익은 모습의 초라한 행색의 한 중년 여인이 있었다. 누구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잃어버린 시간 한 토막이 문득 스쳐 지나간다. 바로 친구 형용이의 부인이다. 그래 20여년 전 결혼식하고 서울 근처에 신접 살림 냈다며 경기도 부천역 부근의 방 둘 짜리 300만원 전세집에서 친구들 불러 집들이했던 중학 동창 조형용의 부인이었다. 차린 건 많지 않았지만 정성이 묻어났고 우리는 그날 맥주와 소주를 벗삼아 옛 얘기하며 밤을 지새웠지. 그리고 그게 전부였나보다. 그 친구는 리비아의 아랍대수로 건설 공사 현장으로 떠났고, 무심한 우리들..

감동글 2023.06.07

앵두 도시락

앵두 도시락 나는 가난한 시골동네 에서 나서 자랐다. 봄이 되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리밥은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 얘기였다. 보통은 조^밥을 먹었는데 그 좁쌀도 떨어져 갈 때 쯤이 가장 배고프고 힘들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계절은 호시절이라 산과 들에 꽃이 피고 앵두나무엔 주렁주렁 달린 앵두가 빨갛게 익어갔다. 우리 집 뒷^마당엔 큰 앵두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였다. 그 해에는 가지가 부러질 만큼 앵두가 열렸다 어느 날 아침 이었다. 등교하는 나에게 엄마가 도시락을 주면서 그러셨다 "오늘 도시락은 특별하니 맛있게 먹거라." 점심 시간이었다. 특별해 봤자 꽁보리 밥이 겠거니 하고 도시락을 열었더니 도시락이 온통 빨강 앵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좁..

감동글 2023.06.02

최고의 책

최고의 책 어떻게 해야 최고의 책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던 작가가 세상이 온통 흥겨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쌓여 있는 겨울 밤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배가 출출했던 작가는 군고구마를 파는 노점상을 발견하고 그리로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손수레 하단에 "군고구마 4개 2천원" 이라는 삐뚤 빼뚤 쓰여있는 광고지가 붙어 있는데 군고구마 장수는 주문하기가 미안할 만큼 거동이 불편한 사람 이었습니다. 그때 마침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의 아들이 다가오더니 "아버지! 몸도 안좋으신데 그만 들어가세요. 제가 마무리 하고 들어갈께요." 라고 말하며 주문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참 효심이 깊은 아들이라고 생각이 든 작가는 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물 하고 싶었습니다. " 학교에서 공부 하느라 많이 피곤할텐데 밤에도 아..

감동글 2023.06.02

덕필유린(德必有隣)...

덕필유린(德必有隣)... 조선 철종 때 경상도 상주 땅에 서씨 성을 가진 농부가 살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그냥 '서선달' 이라고 불렀다. 원래 선달이란 과거시험에 급제는 했으나 아직 벼슬을 받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 사람은 무슨 급제와는 관련이 없었고 그냥 사람의 심성이 착하고 무던해서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서선달은 남의 땅을 빌려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는 봄이 왔어도 그 해 농사를 지을 비용이 없을 정도로 곤궁 하였습니다. 생각다 못한 그는 부산 쌀가게에서 장부를 담당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큰 아들을 찾아갔습니다. 효자 아들은 주인께 통사정을 하여 6개월치 월급을 가불받아 아버지께 드렸습니다. 서선달은 100리 길을 걸어 집으..

감동글 2023.05.31

누릉지 할머니

누릉지 할머니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집이 학교에서 멀었던 남학생은 학교 인근에서 자취했습니다. 자취하다 보니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할 때가 많아서 학교 앞에 있는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끔은 밥은 사 먹기도 했습니다. 식당에 가면 항상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남학생이 올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밥 먹고 누룽지도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놈의 밥은 왜 이리도 잘 타누.” 남학생은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와 밥 한 공기를 시켜놓고, 항상 누룽지 두 그릇 이상을 거뜬히 비웠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할머니가 연세가 많아서인지, 거스름돈을 더 많이 주셨습니다. 남학생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

감동글 2023.05.30

개는 인간을 판결할수 없다

똥개는 인간을 판결할수 없다 "가인 김병로"를 생각한다. 가인 김병로는 모든 법조인이 청렴과 강직의 상징으로서 우러러보는 분이며, 현 대한민국 법질서를 기초부터 확립한 분이다. 판결로써 민족정기를 앙양코자 하였으며, 평등한 인간의 권리를 일평생 동안 수호하였던 분이다. 그리고 비록 일본인이지만, 위대한 삶의 족적을 남긴 한 사람이 떠오른다. 판사였던 그는 굶어죽는다. 전쟁에 패망한 열도의 상황은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설탕 한봉지를 얻기위해 기모노를 벗던 일본여자들. 살기위해 온갖 범죄가 넘쳐나던 시대를 바라보며, 판사라는 권력의 힘으로 얼마든지 배곯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러나 그는 굶어 죽는다. '야마구치 요시타다'라는 분이다. 법을 어기고 암시장의 쌀을 사먹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이, 2023년 대한민..

감동글 2023.05.29

현대인의 초상

현대인의 초상 어느 날 한 청년이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기위해, 많은 장비를 준비하였고 무엇보다 중요한 식수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길을 떠난 지 하루 만에 식수가 바닥나 버렸습니다. 그는 기진하여 쓰러졌고 마침내 실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한참 후 그는 눈을 떠보니 눈앞에 야자수가 보였고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렸습니다. 그는 "이제 죽을 때가 되어 환각이 보이는구나" 하고 애써 눈을 감았습니다. 그때 귓가에 물소리와 새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습니다. 그러자 그는 "아! 이제 정말 내가 죽게 되는구나" 하고 또 다시 소리에 귀를 닫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 사막의 베두인이 어린 아들과 함께 오아시스에 물을 길으러 왔다가 물가에서 입술이 타들어가 죽은 청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이상했던 아들이..

감동글 202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