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121) 친정 신행길에 오른 새신부, 가마째 산적에 납치되었는데… 함경도 갑산(甲山) 사또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길은 요란했다. 말 다섯필 잔등엔 호피, 여우가죽, 수달피, 말린 웅담, 호골, 산삼, 하수오 등등 값비싼 개마고원 특산품들이 바리바리 실리고 금은보화와 묵직한 전대도 실렸다. 칼을 차고 창을 든 포졸 넷이 호위하고 집사와 하인 셋이 따르는 긴 행렬이 화동령 협곡을 지날 때였다. 우르르 쾅쾅, 절벽 위에서 바위가 연달아 떨어지며 화살이 빗발치자 이임 사또 행렬은 혼비백산했다. 이튿날 동헌에서 육방 관속이 나오고 보부상에 호사가들이 발걸음을 멈춰 화동령 협곡은 장터처럼 법석거렸다. 사또 행렬은 구름처럼 흩어져 그림자조차 안 보였다. 오직 사또만이 발가벗긴 채 소나무가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