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111) 꾀가 많고 남속이는 재주 뛰어난 노참봉 밤길에 열녀상 받은 과부 집에서 한 남정네가 몰래 나가는걸 보는데… 노참봉을 사람들은 노세작이라고 부른다. 자그마한 키에 몸에는 군더더기 살이 없어 나이 오십줄에 들어섰지만 날렵하기가 다람쥐다. 키보다 훨씬 높은 담도 손만 닿으면 훌쩍 뛰어넘는다. 사실 노세작의 장기는 몸뚱이에 있지 않고 머릿속에 있다. 그의 머리에서 쏟아지는 꾀는 나와도 나와도 끝이 없는 화수분이다. 눈은 쏙 들어가고 광대뼈는 톡 튀어나온 깡마른 얼굴이지만 냄새 맡는 데는 삽살개 저리 가라다. 항상 눈을 깔고 다니지만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고, 십리 밖 여인네 옷 벗는 소리도 들린다는 토끼귀를 가졌다. 문제는 그 빼어난 몸과 마음의 재주를 나쁜 쪽으로만 써먹는 데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