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87) 기품있고 우아한 현덕부인 남편이 기생과 살림차려 집 나가자 곳간을 열고 쌀을 퍼내… 현덕부인은 우아한 기품이 향기처럼 온몸에서 우러난다. 말이 별로 없지만 언제나 자상한 미소를 띠고 있다. 이날 이때껏 하인과 하녀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매운 질책 한번 하지 않고, 이웃들과 말다툼 한번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남편 우 진사에게도 말대꾸 한번 하지 않았다. 시간 날 때면 여덟폭 병풍에 둘러싸여 사군자를 치는 게 현덕부인의 낙이다. 남편 우 진사도 점잖은 선비다. 우 진사는 현덕부인을 외경하지만 딱 한가지 불만이 있었다. 늦은 밤 사랑방에서 글을 읽다가 살며시 안마당을 건너 헛기침을 하며 안방에 들어가 촛불을 끄고 현덕부인의 옷고름을 풀면 그때부터 부인은 얼어붙는다. 혼례를 올린 ..